물류대란 일단 `숨통` 트였다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와 정부간의 협상이 15일 새벽 전격 타결됨으로써 지난 11일 이후 지속됐던 물류대란이 빠르게 정상화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따라 16일 오후에 열리는 노사협상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지난 2월부터 장장 2개월여에 걸친 물류관련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현황과 정부대책=산업자원부는 지난 9일 이후 화물 운송거부로 인해 15일 현재까지 5억4000만달러의 수출 및 선적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전자업계가 철도 등 대체운송수단을 동원해 전체의 30% 정도만 정상적으로 처리, 가전3사에서 모두 1426TEU(TEU:20피트 컨테이너)를 선적하지 못했다. 타이어업계는 800TEU를 선적하지 못했으며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1억9000만달러의 수출차질이 발생했다. 33개 국가산업단지 가운데 창원·구미·녹산 등 5개 단지 13개 업체에서만 2100만달러어치의 수출차질이 발생했으며, 14일 현재 12개 지방중소기업청에 신고·접수된 중소기업의 피해현황은 172개 업체에 3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산자부는 이에 따라 수출대금 회수지연 및 원부자재 조달곤란 등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경영안정자금을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리고 수출금융도 650억원에서 115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산자부는 또 15일 오전 무역협회와 항만하역협회·삼성전자·LG전자 등 16개 주요 화주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수송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운임협상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화주 업체들은 이 자리에서 해외바이어들로부터의 클레임이나 운송료 인상 등을 감안해 이번 운송거부로 인한 컨테이너 지체료는 면제해줄 것을 요청키로 했으며, 앞으로 동일문제의 재발방지를 위해 공차정보 공유시스템 등과 같은 대안마련을 촉구했다.

 

 ◇전국 화물수송 빠르게 정상화=협상타결로 인해 부산항과 광양항·의왕ICD 등의 화물수송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부산항의 경우 14일 수송률은 44.6%에 불과했으나 15일 오전 8시 현재 수송률이 55.8%로 높아졌으며, 수도권의 화물 집합소인 의왕 ICD 역시 빠르게 평소의 처리율을 회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각 기업들도 물류흐름에 일단은 ‘숨통’이 트이게 됐다.

 LG전자 창원공장은 가장 시급한 수출물량을 우선 선별해 부산항으로 긴급 수송하기 시작했으며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공장은 부산항에 남아있던 3400㎏(4만달러 상당)의 열화성수지 컨파운드를 14일부터 이틀간 긴급 냉동차량을 투입, 처리해 원자재 확보난에서 벗어난 상태이며 파업타결 소식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LG화학도 15일 오전부터 해외 제품선적을 개시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화물운송거부가 해결됨에 따라 부산항 등에 묶여있던 일부 수입부품 운송이 개시되기 시작했다.

 부품업체들도 물류마미 현상이 풀리고 있다. 파츠닉은 30만∼40만달러 물량의 콘덴서 수출물량을 통관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삼영전자도 부산항에 쌓여있던 화물을 대한통운이 운송하기 시작해 다음주면 물류 마비현상이 완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안도 속 불안=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물류대란으로 인해 빚어진 수출 및 생산차질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적어도 1주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급한 수출물량에 대해서는 철도 및 항공 등의 대체운송수단을 당분간 계속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수원공장에서 컨테이너 작업에 들어갔지만 부산항과 광양항 등 항구와 의왕 컨테이너 기지에 많은 컨테이너가 쌓여있어 물류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의 정은수 부장은 “항구 사정이 완전히 정상 가동될 때까지는 10여일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철도와 일반차량, 컨테이너 차량수송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의 김영성 수출입담당 차장은 “그동안 해상보다 10배 가량 비싼 항공수송을 이용하느라 손실이 컸으나 뒤늦게나마 파업이 타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여수 LG화학 공장을 비롯, 한화석유, 한국바스프 여수공장 등 전남 여수·여천 소재 수출업체들도 파업타결을 크게 반기며 이날부터 수출용 화물수송을 재개했으며 국내 컨테이너 처리물량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광양항도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후유증은 남을 듯=노정간의 협상타결로 물류대란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많은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문은 역시 운송료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물류를 자회사인 토로스물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향후 토로스물류도 운송업체와의 운송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관계자는 “향후 운송비 부담이 어떻게 나뉠지 모르지만 물류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이를 상쇄할 절감요인을 찾는 등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지연된 물량은 15일 정도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비용증가가 최소 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경우 5개 운송업체가 화물연대와 운송료를 15% 인상키로 함에 따라 연간 100억원 안팎의 운송비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수송업체에 지입차 비율을 줄이도록 하거나 일부 차량을 직영으로 확보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물류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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