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범용 부품업계 살아남기 전략](4.끝)기존 틀 벗고 운영의 묘를 살리자

 5년 후 기업존속을 담보하기 위한 부품소재 업체의 노력과 맞물려 산업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부품소재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2010년까지 델파이·인텔 같은 세계적인 부품소재 기업을 150개 가량 만들겠다는 것. 특히 기존 정책에 부품소재 육성의지가 담겨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법까지 제정한 데는 정권과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사업목적과 방식이 갈팡질팡했던 과거 경험의 반성에서 비롯됐다.

 정부의 ‘부품소재 기술개발사업’은 크게 핵심 부품소재의 독자적 기술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지원사업’, 신뢰성 향상을 통해 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한 ‘신뢰성 향상사업’, 현장 애로기술을 직접 해결하기 위한 ‘애로기술 지원사업’으로 나뉜다. 또한 부품소재 분야 외국인 투자유치 및 기술협력 강화사업, 지방 분권화에 대비한 부품소재 클러스터 구축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중이다.

 올해로 2년째인 정부의 이러한 지원사업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제대로 가고 있다’며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특히 부품소재통합연구단의 ‘애로기술 지원사업’의 경우 중소기업 호응이 좋아 올 예산(200억원)의 조기 소진이 예상될 정도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인 배려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사업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차세대 반도체 프로젝트인 ‘시스템IC2010사업’의 경우 지난 98년부터 5년간 진행해오면서 매년 성과 발표회를 통해 사업을 재정비하는 데 반해 부품소재사업은 종합적인 평가 시스템이 없다. 단지 서울대 공학연구소를 통해 1단계(02년∼04년) 성과분석사업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또 부품소재 육성사업에 대학의 역할이 빠졌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부품소재 육성사업은 산학연 함께 추진해야 하지만 업계와 정부 연구소 중심의 사업이 대부분이란 것.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호기 교수는 “대학은 당장 사업화되는 아이템에는 도움이 덜 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정부의 부품소재 육성대책에 대학의 역할이 배제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기술개발보다는 회계 등 서류작업에 더 매달려야 하는 사업규정도 문제다. 산업기술대학 현동훈 교수는 “산자부 지원사업은 상품화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사업운영방식은 기존 R&D사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 교수는 기존의 룰을 고집하기보다 상품화에 맞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자부품연구원 한 관계자도 “박사급 인력들이 업체 현장에서 기술지원에 전념하기보다는 서류철에 둘러쌓여 있는 실정”이라며 동조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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