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음반업계의 숙제

◆정보사회부·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국내 가요 음원의 70%를 보유한 음반제작사들은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에 신탁할 의사가 없습니다.” (음반사협의회 함용일 대표)

 “현재 음제협에는 구체적인 운영방안이 없습니다. 업계로부터 설득력을 얻으려면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안이 필요합니다.” (문화연대 이동연 사무국장)

 13일 문화연대와 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모임이 공동 주최한 세미나는 온라인 음악 저작권 징수체제의 문제점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순식간에 음제협을 공격하는 장소로 변했다. 음제협이 음원 신탁관리단체로 정부 허가를 받은 지 2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제협의 대표성과 수행능력, 징수·분배의 투명성에 관련업계가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음반업계가 온라인 음악사업에 눈을 돌린 지 벌써 2년이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던 음반업계가 뒤늦게나마 자성하고, 온라인으로 나선 것에 대해 모두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음악을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이자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의 성과는 불법 P2P와 스트리밍 음악서비스에 대한 소송을 제외하고는 별반 뚜렷한 것이 없다.

 지금의 음반업계를 보면 ‘이전투구’라는 단어가 정확하다. 처음에는 뜻을 같이했다가도 이내 돌아서는 것이 다반사다. 음제협도 마찬가지다. 설립 당시에는 필요성을 동감했지만 이제는 등을 돌리고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단시간에 변신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그렇지만 같은 이야기만 되풀이하며 공전만 거듭하기에는 시간이 별로 없다. 외국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신규 음악서비스가 선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CEO도 “온라인 음악서비스는 한국이 표준이 될 수 있는 분야”라며 “업계가 빨리 나서지 않으면 시기를 놓친다”고 촉구한다.

 음악은 영화와 많이 비교된다. 영화가 산업으로 정착되고, 대규모 자본이 유입될 수 있었던 것은 영상업계의 상호 신뢰와 협력이 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음반업계도 영화업계가 이룬 성공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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