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I업계의 제자리 찾기

◆정보사회부·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시스템통합(SI)업계가 어려움에 처했다. 외형적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악화와 전문성 부족, 출혈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규모 20위내 SI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들춰보면 대다수 업체들이 외형은 커진 것으로 나타난 반면, 이익 면에서는 절반 이상의 업체가 지난해 같은기간에 견줘 밑돌거나 제자리를 맴돌았다. 덩치는 커지고 있으나 속은 비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국내외 IT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연초 대형 공공 프로젝트마저 발주가 지연된 것이 작용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근본적 원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첫번째가 저가입찰관행이다. 스스로 덩치를 키우기 위해 덤핑 입찰을 하고, 그 장단에 맞춰 너나 없이 출혈경쟁을 일삼다보니 사업을 수행해도 남는 이익은 없었다.

 소속 그룹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매출의존도 역시 경쟁력을 약화시켜온 요인이다. 그동안 그룹 소속의 20∼30대 SI업체들은 계열사 물량만을 갖고도 매출의 70% 정도를 채울 수 있었다. 수돗물처럼 언제든지 꼭지를 돌리면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인 수요처를 갖다보니 경쟁력을 키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전문성이나 특장점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대형업체들은 자본·인력을 앞세워 온갖 분야에 손을 뻗치고 있다. 대다수 중견업체들 역시 자신만의 사업모델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밖에 정부차원의 계약제도 개선 미흡 등도 SI업체들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돌출된 갖가지 문제점을 방치하다가는 상당수 SI업체가 문을 닫을 것이고 결국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업체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란 게 업계 스스로의 관측이다. 따라서 더 이상 미봉책으로 대처하다가는 IMF 때처럼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교훈을 얻을 수밖에 없다. SI업계가 양적인 성장에만 치중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신속히 제자리를 찾도록 뼈를 깎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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