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얼어붙고 사스까지 겹쳐 빈사상태
올들어 이라크전쟁과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전전긍긍하던 IT업계가 최근에는 사스 확산까지 겹치면서 빈사상태로 내몰리고 있어 수출촉진과 내수자극을 겨냥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반도체, 휴대폰, 디지털가전 등 전통적 IT경기 주도품목들조차 성장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직면, △정부 프로젝트의 조기 발주 △휴대폰 보조금 탄력 적용 △각종 설비 및 원자재 수입에 대한 세제지원 △가전 특소세 대책 등 정부가 IT수요 진작과 산업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라크전 종전 이후에도 좀처럼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사스 확산, 북핵문제 대두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소비심리 위축 등 중첩된 악재로 인해 산업활동이 뚜렷한 하강국면을 보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문건 전무는 “내수는 자력으로 침체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고 수출은 중국과 동남아의 사스 확산 여파로 점점 악화되는 형국”이라며 “정부는 수출금융·보험지원 등 수출촉진대책을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전자정부 구축을 조기에 추진, IT수요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D램 반도체는 최근 중국 및 동남아시아 국가에 생산기지를 둔 초대형 PC제조업체들의 잇따른 사스 대응 조업중단으로 수출 매출에 막대한 차질이 예고되고 있다. 설비투자 세제감면 확대, 수입원자재 관세인하 등 산업활성화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가전부문에서도 내수경기 위축 영향으로 올 1분기 프로젝션·PDP·LCD 채용 디지털TV의 판매가 지난 4분기에 비해 20% 가량 줄어들어 특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휴대폰업계는 올들어 보조금 금지 조치와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내수 판매대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1월 124만대이던 내수 공급은 2월 102만대로 줄어든 후 지난달에는 88만대 수준으로 급전직하, 불과 2개월 동안 30% 가량 위축됐다.
중국 수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의 로컬업체들이 중·저가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공급과잉으로 휴대폰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고 베이징을 중심으로 사스마저 창궐, 소비심리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판매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휴대폰마케팅 담당자는 “정부가 보조금 허용 정책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휴대폰 제조업계는 고사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보조금을 업계 자율에 맡기는 식의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