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세상속으로]KT `사이버프론티어`

 어유경- KT 서울통신망운용국 서울분국 전송과장

 1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나름대로 얻은 것이 있다면 중국문화의 특성을 몸소 체험하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1년 전 필자는 중국 옌볜과학기술대학교(이하 옌볜과기대)에 통신장비운용과 유지보수 기술전수를 위해 파견근무를 떠났다.

 ◇우리는 같은 민족=옌볜은 나에게 동질감과 이질감을 함께 느끼게 해준 곳이다. 한족보다 조선족이 더 많은 이곳은 언어나 정서, 성향, 생활면에서 한국문화와 비슷해 모든 면에서 적극적이며 새로운 것을 원하는 소위 ‘냄비근성’까지 여기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한 기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을 갖고 싶어 하고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면 적극적으로 구입하고자 한다. 가정에서도 한족이 여성상위주의적인 면이 강해 남자가 밥하고 빨래하고 설거지까지 온갖 가사를 도맡아 하는 반면 조선족은 한국과 비슷해서 가사는 여성이 맡는다.

 하지만 사람이란 같은 느낌보다는 이질적인 면을 더 쉽고 강하게 느끼는 법. ‘그래도 여기는 타국’임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곤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관공서의 불친절함’이다. 하루는 전월분 전기사용 내역을 확인하는 데 2시간이 소요됐다. 담당자는 놀면서도 절대 관여하지 않고 문의하면 짜증을 내는 태도를 취하며 괴롭힌다. 말 많고 탈 많던 고국의 서비스 질이 한순간에 빛나 보이던 찰나였다.

 ◇한국인이 싫어요=옌볜에서 가장 씁쓸했던 일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한국인에 대한 조선족의 불신과 적대감이었다. 한국을 동경하는 조선족들은 ‘위장결혼’을 통해 한국에 가려고 한다. 그런데 그걸 이용해 몇몇 한국인이 한국 돈으로 1000만원 가량(중국인이 10년 이상을 꼬박 모아야 만질 수 있는 돈)을 사기친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한국인이 곱게 보일리 만무하다. 적대감이 극도로 심각했던 때는 길 가던 한국인이 돌팔매질까지 당했다고 하니 그 위험도를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선불제는 무서워=중국 옌볜은 거의 모든 것이 선불로 이뤄진다. 전화요금, 아파트 난방비, 전기료, 오물 수거비까지. 물론 선불제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감수해야 하는 일이 두려울 뿐. 예를 들면 전기료의 경우 은행 현금계좌에 미리 적당한 금액을 예치해놓고 항상 돈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통장에 돈이 없다는 통지가 전해지고 일주일 내로 해결하지 못하면 가정으로 공급되는 전력선이 가차없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추후 그것을 수습하려면 전력선 복원비용과 행정추진 비용, 기타 잡다한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하므로 비용도 크게 증가할 뿐더러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등 여러모로 불편하기 짝이 없다.

 ◇무조건 깎아라=이곳에서 외국인은 속된 말로 밥이다. 모든 것이 현지인보다 비싸다. 택시비부터 시작해서 쓰레기 처리비용까지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심지어 법률상으로도 명시가 돼 있다고 하는데 증거를 대보라고 하면 슬그머니 피하기 일쑤다. 관광지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아무 생각없이 사진을 찍다가는 경찰에게 카메라를 뺏기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무튼 무조건 부르는 값의 50%는 깎고 들어가는 것이 뒤돌아서 후회하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다.

 ◇누가 치즈를 옮길 것인가=물론 이제까지 언급한 중국인과 중국사회의 면면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필자의 잘못된 이해일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모든 일이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국민의식이 팽배해 있는 중국에서는 모든 사업의 결정이 중앙정부로부터 결정되고 비록 의사결정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긴 하지만 일단 결정된 사업의 추진은 매우 신속하게 이뤄진다. 중국 정책결정문화에 대한 이해라든지 중앙정부 지도층과의 신뢰할 수 있는 인맥형성, 그에 대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일도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성향이 짙은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문제는 과연 누가 어떻게 실행에 옮겨 내 것으로 만드느냐가 관건일 뿐. 이방인에게는 배타적인, 그러면서도 철저히 자기 실리를 추구하는 오늘의 중국인을 공략하는 일은 어쩌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듯 싶다. 단기간에 결말을 내려는 조급증을 내지 않는다면 말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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