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벤처기업의 경쟁력

◆이판정 넷피아 사장 tjlee@netpia.com

 

 새로운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21세기 대한민국의 향방을 가늠할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미 사회 각계 각층에선 21세기 대한민국 ‘아젠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갈등해소를 통한 국민통합, 낡고 부조리한 정치의 효율성 제고, 경제강국으로의 경쟁력 확보 등을 새롭게 출발한 참여정부에 요구하고 있고 참여정부 역시 이것을 추진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어찌 보면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들어온 고루한 내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참여정부는 ‘대한민국 100년을 위한 5년’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참여정부를 맡았고 상당한 국민의 공감대 속에서 개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IT 벤처기업도 마찬가지다.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한 사람으로 참여정부에 바라는 것은 국민통합이니 정치효율성이니 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한국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벤처가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과 병충해 없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밤낮을 잊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많은 벤처인들이 외부로부터 공통적으로 들어온 얘기가 있다. 바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벤처 경쟁력을 내적경쟁력(산업경쟁력)과 외적경쟁력(산업외 경쟁력)으로 나누어 볼 때 과거와는 달리 지금 우리에게는 내적 경쟁력 즉, 산업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분야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사용환경만 보아도 남한 전체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800만명이 활용하고 있고, 방방곡곡 연결된 초고속인터넷망과 그 인프라 속에 잘 축적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한글인터넷주소, 더 나아가서 자국어 인터넷 주소 인프라는 이미 세계 최고의 역량을 자랑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자국어로 인터넷주소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지금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 모든 기반 핵심기술들이 바로 벤처에서 나왔고 그것이 곧 산업경쟁력 즉, 내적 경쟁력이라고 생각된다.

 반면 정부, 언론, 사회관행 등 벤처를 둘러싸고 있는 외적경쟁력은 어떠한가. 벤처의 외적경쟁력은 한마디로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벤처의 외적경쟁력은 벤처성장에 있어 중요한 토양과 환경과도 같다. 자양분이 많은 토양과 병충해 없는 따뜻한 환경에서 식물들이 잘 자라듯 벤처의 외적경쟁력이 높아야 벤처도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벤처의 외적경쟁력에 대한 향상없이 벤처육성을 운운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왜냐하면 성장에 발목을 잡는 잡초와 병충해가 들끓을수록 건실한 모종이 나올 수 없으며 건실한 모종이 나오지 않으면 가꿀 일을 기대하기 어렵듯이 벤처의 외적경쟁력 제고 없이는 국가 미래 역시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벤처의 내적 성장력 역시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만 몰두한 나머지 기이한 형태로만 자랄 것이다. 정말 잘해보아야 분재로는 성공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책임지는 거목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벤처 역시 주어진 환경의 구성요소이기에 ‘벤처의 내적 경쟁력’은 곧 ‘벤처의 외적 경쟁력의 거울’일 수밖에 더 있겠는가. 어찌 보면 지난 5년 동안 벤처기업 주변환경을 개선시키는 병충해 제거 작업을 소홀히 했기에 지금 우리나라에는 인터넷분야의 세계적 거목이 아직 없는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토질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런 토질이 이미 마련돼 있다면 뿌린 벤처를 모종밭에 모종 돌보 듯 날짐승과 잡초와 병충해로부터 보호해주는 작업이 바로 참여정부의 과제일 것이다.

 벤처산업은 21세기 한국경제를 견인할 중요한 요소다. 지난 대선에서 보여주었듯이 벤처산업의 대표주자인 인터넷의 위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 경제적 부가가치를 생각하지 않아도 정치, 사회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도 크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국가경제 핵심 산업인 벤처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서 벤처산업의 외적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제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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