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빌딩, 플랜트 등 건축물 내의 환경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유틸리티 설비 산업은 급배수·위생·환기·냉난방·가스설비 등 관련품목이 10만개에 달할 만큼 자재의 종류와 재질, 규격이 복잡하다.
또 관련업체 대부분은 현장 근무자 중심의 영세한 중소기업들로 복잡한 공급망과 제품, 외상거래 등의 상관습, 정보화 마인드 부재 등으로 B2B 전자상거래 기반이 매우 취약한 분야다.
이처럼 낙후된 설비산업에 풀뿌리 전자상거래의 싹을 틔우기 위해 작년 3월 B2B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유틸리티 설비 업종 전문 사이트인 ‘설비넷(http://www.sulbi.net)’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우진설비·세보엠이씨·세일설비 등 대한설비건설협회 5개 회장단 업체가 중심이 돼 시작된 설비넷은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업종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한 솔루션과 시스템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기업들이 B2B 거래의 효율성과 비용절감 효과를 체감케 하는데 초점을 두고 사업을 펼쳤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회원사는 설비업체 170여개사, 자재업체 730여개사 등 900개사에 달하며 설비넷은 서비스 개시 1년내에 손익분기점을 넘어 월 50억원 이상의 온라인 거래실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약 310억원의 거래액을 보인 설비넷의 올해 예상 거래액은 1000억원에 달한다.
설비넷의 이같은 신장세는 무리하지 않고 단계별로 사업을 확대하고 산자부 표준화 사업과의 연계 작업이 주효한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설비넷은 참여 업체의 공용 인프라로 자재 데이터베이스를 먼저 구축하고 업종 e마켓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한 뒤 참여의지가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개해 B2B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는 데 주력했다.
이후 기존 레거시 데이터를 전자구매 시스템에 적용, 선도업체를 대상으로 구매대행·통합구매·공동구매·전략구매 등의 서비스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회원사는 설비넷 사이트에서 주문, 제품사양 확인, 납품지시, 마감, 대금결제, 관련문서 조회, 작성, 출력 등의 구매업무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하나은행, 신용보증기금과 맺은 금융 서비스 제휴도 거래 활성화에 한몫했다. 하나은행과 함께 시행중인 ‘월 1회 마감 현금결제 시스템’은 e마켓에서 통용되는 구매자금 대출에 따른 결제 방식의 단점과 거래 때마다 결제하거나 빈도수에 따라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전자구매카드의 단점 등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거래수수료에 부담을 느끼는 회원사들을 껴안아 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설비넷은 e마켓을 통한 상거래 활성화와 함께 대한설비건설협회와 공동으로 국제규격(UNSPSC)에 맞는 유틸리티설비자재 분류 체계를 정리하고 약 10만 개의 설비자재 DB를 기초로 유틸리티설비업종 전자카탈로그를 구축중이다. 이와 함께 자재 구매와 비용정산 업무를 중심으로 전자문서와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설비넷은 B2B 시범사업을 통해 마련한 업종 공용의 인프라가 설비넷의 업종 전자구매 시스템과 연결되면 업종내 B2B 관계자들이 거부감없이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e마켓기반 B2B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시범사업 2차연도를 맞고 있는 설비넷은 물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공동물류센터를 마련해 공동 배송 체제를 확고히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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