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권하는 책]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 J.데이비드. 샐린저/ 민음사

 레드클리프 여대생들이 20세기 백년 문학사에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는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어려우면서도 쉬운, 쉬우면서도 어려운 글이다. 이 책이 더욱더 유명해진 것은 존 레논이 죽을 때 살인범이 들고 있었던 책이라는 점이다.

 세상 어른들의 가식과 허위, 탐욕을 견뎌내지 못하고 감수성 예민한 열여섯 살 소년이 미쳐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3일 동안의 기록이 주요 줄거리다.

 열여섯 살의 홀든 콜필드는 네번째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뉴욕의 거리를 헤맨다. 퇴학사유는 성적불량이지만 그 심층에는 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성장과정의 혼란이 자리하고 있다. 그에게는 고문 변호사인 아버지와 피비라는 여동생,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형이 있다. 부유한 계층에 속해 있는 주인공은 현대사회의 추악한 속물 근성과 지식인 계층의 위선에 염증을 느낀다.

 그는 공부에 대한 의욕을 상실해 명문 사립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채 대학에 가기를 거부한다.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조차 없는 홀든 콜필드는 집으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아 낯선 뉴욕의 뒷골목을 떠돌며 오염된 현실세계와 직면하고 더욱 큰 상실감을 맛보게 된다.

 짧은 방황 속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신뢰할 수 없는 기성세대들이다. 이같은 기성세대의 위선과 비열함에 절망한 주인공은 어린아이들에게 애정을 갖게 되고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질식할 것 같은 뉴욕을 벗어나 한적한 숲 속에서 살고자 먼 곳으로 떠나려고 결심한 주인공은 여동생 피비의 믿음과 사랑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피비의 맑은 영혼이야말로 고독한 호밀밭의 파수꾼 홀든을 지켜주는 진정한 파수꾼이었던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사실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위트와 유머 속에 독특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거짓말하는 방법을 모르고, 욕심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만이 즐겁게 뛰어노는 널따란 호밀밭.

 그 호밀밭에서 마음대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혹시 위험한 절벽으로 떨어지지나 않을지 그것을 누군가가 지켜줘야 한다. 홀든 콜필드는 자기보다 약하고 소중한 존재를 지켜주기 위해 그런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미국의 랜덤하우스에서 발표한 20세기 영미 100대 소설에 선정된 현대 고전이다. 홀든의 고독하고 슬픈 모험은 현대 문명이 나타내는 더러움을 사랑의 힘으로 지우려는 힘든 여정을 담고 있다. 홀든이 비록 학교에서는 낙제를 했고 그 집단에서는 내몰리지만, 황폐한 세상에서 사랑을 추구하는 그의 방황이 반드시 실패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의 좌절은 실패가 아니라 자기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환경은 창조성을 요하는 예술 분야보다 훨씬 더 고정된 틀 안에서 성공을 강요한다. 비즈니스의 명백한 목적은 이윤과 성장에 있다. 우리는 대부분 제한된 시간과 고군분투해야 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당면한 목표들을 달성하느라 애쓰는 동안 궁극적인 목표를 망각하게 된다.

 최근 거품 경제가 확산되면서 우리는 가끔 선두기업들의 투명하지 못한 경영으로 인해 법적 수사를 집행하게 되는 사례를 접하게 된다. 이들은 소위 탈법적인 기반을 통해 산업분야의 선도기업으로 급성장한 선례다.

 나는 개인적으로 샐린저가 이 글을 통해 우리에게 고정된 틀을 배제하고 자기 자신만의 가치관을 새롭게 만들라고 제안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들에게 매일매일의 과업으로 인해 뒤처지고 잊혀지고 있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레비뉴 타깃, 프로모션, 업계에서 리더로서의 위치 등 이러한 사항들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 뒤에서 결국은 우리 자신과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원진 한국매크로미디어 지사장 wjlee@macro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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