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

 17일 아침, 정보통신산업협회가 진대제 정통부 장관을 초청해 개최한 참여정부 IT정책방향 포럼이 열린 서울 힐튼호델 컨벤션룸. 단상에서는 진 장관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는 마이크와 레이저빔 하나만 갖고 테이블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참석자에게 불쑥 마이크를 들이밀고 지난해 세계에서 TV가 몇 대 팔렸는지, 휴대폰 시장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다.

 참석자들은 코 앞에 마이크가 닥칠까 조바심하기도 했다.

 이날로 취임 50일째를 맞은 진대제 장관의 거침없는 행동과 화법이 화제다. 미국 생활에서 밴 자유로움과 삼성전자 CEO 경험에서 얻은 시장 중심의 사고에서 툭툭 터져나오는 행동과 말이 기존 장관에 대한 관념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파격적인 면에서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과 쌍벽을 이룬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전날 저녁, 강남 모 호텔에서 열린 진 장관 초청 여성기업인 경영연구모임 간담회. 무려 세 시간에 걸친 간담회 내내 큰 주제는 정부의 중소벤처기업정책이었다. 진 장관이 줄곧 시장 논리를 강조하자 참석자들은 “대기업 출신으로서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지 않느냐”는 공격적인 질문으로 진 장관을 몰아붙였다.

 통상적으로 이럴 경우 장관은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물러서기 일쑤지만 진 장관은 달랐다. 그는 “내가 욕먹더라도 이런 얘기를 해야 겠다”며 “IMT2000 투자가 늦어져 큰 손해를 봤다는 벤처 CEO에 ‘구조조정이나 하라’고 말했다”고 응수했다.

 더이상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을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참석자들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심지어 “당신은 우파라 현 정부에서 손발이 맞지 않겠다” “중소기업에 대해 말할 때 마치 외국인이 말하는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 장관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것도 지리한 공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진 장관에 대해 IT업계에서는 “판에 박힌 관료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신선한 사고방식이 좋다”는 의견과 “양지에만 있어 너무 중소기업의 현실을 모른다”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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