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장애우에 문화정보화가 시급

◆이흥재 한국문화정보센터 소장 hjlee@kcis.or.kr

 사이버상에서 사람들은 육체로부터 자유로운가. 물론이다.

 가상공간에서는 인간의 육체는 사라진다. 시뮬레이트화된 육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다만 기호화되어 재편성될 뿐이다. 만일 실제 모습이 흔적이라도 나타나면 참여자들 사이의 대등한 관계가 깨지고 더 진전되지 못한다. 인터넷 채팅 중 나이나 성별 등이 밝혀지면 자신의 욕구가 개입되고 솔직하지 못하거나 대화가 중단되는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이 때문에 사이버세상은 육체적으로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얼핏 낙원처럼 보인다. 이동이 거북하거나 보기가 어렵고 듣기가 불편해도 지장이 없다. 심지어 손가락이 불편해도 사이버세상을 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 실제로도 그런가. 안타깝게도 실제 사이버세상에 장애인들이 접근하기는 그리 편하지 않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가정에도 전체의 56% 정도는 컴퓨터가 보급돼 있다. 그런데 실제 이용률은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국민들의 이용률보다 약 39%나 낮은 수치다. 장애인의 74% 정도가 실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왜 그럴까. 더 말할 것도 없이 장애인용 컴퓨터 보조기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러한 기기나 프로그램 이용률은 안타깝게도 1.5%에 불과하다. 정보선진국을 향해 가는 우리 사회의 그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디지털자료실 조성사업 주관기관인 한국문화정보센터도 장애인들이 정보사회의 혜택을 고루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기기 제공을 하드웨어에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점자·음성정보기기를 모든 도서관에 필수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독서확대기, 화면낭독기, 오디오북리더, 화면확대기 등도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선택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재정적인 한계로 감히 엄두도 못 내는 기기는 더 많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프린터, 무지점자기, 각종 프로그램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외도 장애인이 손쉽게 작동할 수 있는 유압식 높이조절 책상, 팔을 지지해 유연한 동작으로 키보드 입력을 보조하는 팔받침, 발로 조작하는 발마우스, 이마 위에 포인터 스틱을 부착해 키보드 입력을 보조하는 헤드스틱, 다리 짧은 장애인용 발받침, 키보드용 손목받침대 등이 필요한 기기들이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면서 우리는 ‘장애인 복지발전 5개년 계획’을 6개 부처 합동으로 만들어 추진중이다. 여기에 ‘장애우 정보화증진 계획’이 포함된 것은 당연하다.

 이같은 외형적이고 명목적인 계획을 집행하기 위한 시행지침이나 권장사항도 일부는 만들어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다양하고 종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부문, 민간부문, 관련단체들이 정보통신기기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따뜻하게 배려해야 한다. 선진국들이 이미 만들어 시행중인 관련 법제도는 물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표준과 지침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해서 활용해야 명실상부한 IT강국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재활법’ 508조는 장애인이 정보와 자료에 접근해 이용하는데 지나친 부담이 될 경우에는 정부부처나 기구가 대체수단을 제공하도록 돼 있다. 일본도 법제도를 갖추고 총무성, 경제산업성, 후생성이 접근성 제고를 위한 각종 지침을 시달하고 있다.

 정보라고 하는 사회적 자원은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 이 문제는 단지 장애인에 국한된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노인층이 늘어가고 어린이들의 정보기기 이용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서둘러서 공공부문이 앞서고 이끌어야 한다. 정부기관 홈페이지의 70%가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이 어렵다는 기사에서 육체로부터 자유로울 것으로 기대했던 정보사회의 벽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마침 지금은 예산철이다. 지난 정부에서 맘먹고 앞장섰던 정보사회의 과실이 골고루 나눠질 수 있도록 새 정부가 예산을 확보해 앞장서야 한다. 특히 삶의 질을 노래하는 문화시대를 맞아 장애인들이 문화정보의 마당에서 희망과 꿈을 누릴 수 있도록 재정적인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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