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부진에 정책자금 상환 이중고
최악의 경기침체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벤처육성정책자금 상환기일까지 다가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17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대덕밸리 등 지난 2000년 이후 벤처지원정책성 자금인 채권담보부증권(프라이머리 CB0) 및 정보화촉진기금,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 등을 사용한 지방 벤처기업들은 내달부터 상환에 나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감당할 능력을 상실,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창업 2∼3년차에 불과, 지원자금을 기술개발 및 제품상용화에 소진했지만 정작 시장진입을 눈앞에 두고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부진과 정책자금 상환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감 속의 대덕밸리=대덕밸리 벤처 가운데 줄잡아 700∼800개 업체가 수천만원에서 20억원에 이르는 정책자금을 금융권을 통해 대출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유망 벤처기업으로 손꼽히는 A사는 지난해 7억∼8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 상반기 상환해야 할 자금만 6억여원에 달해 실질적으로 상환능력이 없는 상태다. 정보통신 관련 업체인 B사 역시 올해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자금이 4억여원에 달하지만 1억원의 매출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종태 대덕밸리벤처연합회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없는 한 연내에 업계의 절반 가량이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해 쓰러질 것”이라며 “정부가 이같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자금회수 집중=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지난 2000년 지원한 정보화촉진기금은 현재까지 전체 지원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88억원만이 회수됐다. 진흥원측은 상환만기가 1년 가량 남아 있어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2000년 당시 각 지자체에서 지원한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도 올해 안에 회수가 완료된다. 대전시는 금융권을 통해 대덕밸리 375개 업체에 400억원을, 2001년에는 677개 업체에 754억원을 지원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이 2001년 발행한 프라이머리 CBO도 내년 5월부터 회수가 이뤄진다. 총 1조9000억원에 달하는 프라이머리 CBO의 자금상환 시기가 닥칠 경우 벤처업계에는 한 차례 큰 폭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해결책은 없나=벤처업계는 “경제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1∼2년간 상환시기 연장이 가장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벤처기업협회 오형근 전무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정책자금 상환으로 벤처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프라이머리 CBO 자금상환이 이뤄지는 내년에는 기술신보에서 만기대출 연장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업체들의 자금난을 덜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 자금지원과 이의준 서기관은 “아직 프라이머리 CBO 회수시점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신보 배영일 투자관리팀장도 “이르면 올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초에는 자금회수에 따른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