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주 이라크 전쟁 조기 종전 가능성이 국내 증시를 끌어 올린데 이어 이번주에는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 다자간 협상 방식을 수용할 의지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 심리를 호전시켰다.
그동안 국내 증시 상승을 억눌러왔던 지정학적 위험들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되겠지만 시장을 추세적 상승으로 이끌기는 힘들다는 게 시황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기와 수급 요인 등이 추세 상승을 결정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상황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14일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11.43포인트(1.96%) 오른 594.40, 코스닥지수는 0.89포인트(2.17%) 상승한 41.97로 마감됐다. 거래소시장은 오전 한때 600선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폭이 둔화됐다.
◇펀더멘털로 관심 이동=지정학적 위험들은 펀더멘털 등 다른 재료들이 전혀 먹혀 들지 않을 만큼 증시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이제 이라크전에 이어 북핵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투자심리는 안정을 되찾고 있다.
시황 전문가들은 전쟁 때문에 뒷전에 밀려 있던 실물경기, 기업 실적 등 경기 요인이 앞으로 시장의 전면에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현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이후 미국인의 소비신뢰가 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미국경제의 핵심인 소비경제가 얼어붙고 있는데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부진하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여서 최근 들어 국내외 연구기관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이번주는 국내외 증시가 일제히 실적 발표 시즌에 돌입함에 따라 실적 발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우려감이 높다.
◇기관화 장세 논란=최근 경기 전망과 함께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부분은 수급인데, 이 또한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기관은 지난 주말 거래소시장에서 2000억원 가량의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최근 한달간 60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뚜렷한 매수 배경이 없는데다, 대부분 프로그램 매수로 파악되고 있어 큰 의미는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매도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언제 순매수로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고객 예탁금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미수금이 지난 10일 현재 6500억원에 육박한 상태다. 차익거래 순매수 잔고도 지난주 옵션 만기일에 충분히 청산되지 못해 연중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두 부분의 정리가 불가피해 단기적으로 수급에 의한 추가 상승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종목별 대응 바람직=시황 전문가들은 거래소 시장은 투자 심리 회복의 영향으로 620∼630선 정도까지는 상승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 주가가 오르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펀더멘털과 수급 상황이 불안정한데다, 해결의 가닥을 잡은 북핵 문제도 결과적으로는 평화적으로 해결되더라도 과정상의 난관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530∼630선 정도까지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지수 관련 대형주들에 대한 접근은 어렵고, 종목별 대응이 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필호 신흥증권 리서치팀장은 “현재 증시 여건을 감안하면 종합주가지수는 상당 기간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이 경우 종목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주도주로 부각될 실적이 양호한 새로운 성장 엔진 분야에 대한 탐색 과정도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은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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