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산업 사상 초유 위기

 국내 통신서비스산업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후발사업자들은 잇단 법정관리 신청 등 벼랑 끝으로 내몰렸으며, 선발사업자들도 불투명한 수익구조로 다가올 미래를 걱정한다. 지난해 선발사업자의 사상 최대 흑자, 후발사업자의 흑자 전환 등으로 달아올랐던 통신서비스시장 낙관론이 곤두박질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정부의 통신서비스정책도 새삼 도마 위에 올랐다. 후발사업자를 중심으로 통신산업계에 정부의 통신정책 실패론이 비등했다. 반면 정책보다는 사업자들의 대응 잘못에 대한 지적도 있다. 정책 실패론자, 경영 실패론자 등 어쨌든 기존 정보통신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현황=두루넷에 이어 온세통신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유선통신사업자들은 저마다 두려움에 휩싸였다. “예견했던 것이나 너무 빨리 왔다”는 당혹감이 역력하다. 선발사업자인 KT 역시 남의 일 같지 않다. 두루넷이나 온세처름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나 당분간 유선의 수익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무선 역시 위기감이 고조됐다. KTF와 LG텔레콤은 선발인 SK텔레콤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수익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텔레콤은 크레스트증권의 SK지분 확대로 경영권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WCDMA와 같은 차세대 서비스 준비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사업자의 투자를 믿고 준비해온 중소 IT벤처기업 등 후방산업계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사업자에 비롯된 구조조정이 통신산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추세다.

 ◇정부 정책 실패론 대두=현 후발사업자의 위기는 경영실패·시장실패·정책실패 등 세 가지로 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 선발사업자들은 주로 경영실패를, 학계와 전문가들은 시장실패를, 후발사업자들은 정책실패를 주로 거론한다. 시각에 따라 가중치는 다르나 대체로 시장실패와 정책실패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KT와 SK텔레콤 관계자들은 “시장이 위축된 것도 있기는 하지만 후발사업자들이 능력에 맞지 않게 과잉투자했고 시장경쟁보다는 정책적 지원만 기대, 제때 혁신하지 않은 게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두루넷과 온세를 비롯해 데이콤·하나로통신 등의 관계자들은 “정부가 경쟁만 도입하고 비대칭 규제를 나중에 시행함으로써 경쟁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여건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원인은 시장포화로 인한 과당경쟁에 있다”면서 “유선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수익기반이 흔들리는 데 따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택 이화여대 교수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통신시장에서 후발사업자들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으나 “정책 실패라고 규정하기 어렵지만 후발사업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통신정책 원점에서 다시 봐야=원인을 두고 이처럼 논란이 많으나 기존 정책과 제도를 갖고는 향후 전개될 업계 구조조정과 시장경쟁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후발사업자들이 저마다 나자빠지면서 유효경쟁환경 조성, 비대칭 규제 등의 통신서비스 정책은 결과론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는 현 구조조정의 방향을 바탕으로 기존 정책에 과연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떤 점을 보완할 것인지, 버릴 것인지를 확실히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구조조정의 범위를 서비스산업계 내부에 국한시키고 사업자 위주의 정책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지지부진한 통신3강 형성에서 보듯 산업계안의 구조조정에는 한계가 있다. 통신진입 장벽을 과감히 허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오범의 유성호 책임컨설턴트는 “사업자의 투자가 진행되던 지난해가 구조조정에 이은 내실화로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유선과 무선으로 갈라졌고 탄력성도 없는 역무구분에서는 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이루기 힘들다”고 말했다.

 후방산업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책도 문제다.

 조성훈 모빌닉 사장은 “정부가 사업자간 출혈경쟁을 조정하지 못했고 이 불똥이 벤처기업으로 곧 튈 것”이라며 “앞으로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해나가고 관련된 정책이 나올 때마다 사업자 밑에 있는 벤처기업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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