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것이 미술일까? 신시아 프리랜드(Cynthia Freeland) 저, 아트북스 펴냄
“예술이다.”
뭔가 멋지거나 보기 좋은 일을 놓고 쉽게 하는 말이다. 예술은 누구에게나 그 가치를 인정받기에 합당한 작품들이어야 한다고 여겨져 왔다. 사람들은 정밀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일상과 확연히 구분되는 절대가치를 지닌 고귀한 예술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대예술은 이러한 과거의 예술적 기대를 무색하게 만든다. 피, 배설물, 죽은 동물 등 섬뜩한 주제로부터 포장 박스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물건들까지….
“과연 저것이 예술이란 말인가.” 차마 입 밖에 내놓지는 못하고 마음속으로 던지는 이 질문을 제목삼아 휴스턴대학의 철학교수 신시아 프리랜드가 책을 썼다.
세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규범들이 출현하고 이런 규범들은 구세대와 신세대를 구분짓는다. 과거에는 옳던 것들이 더 이상 맞지 않게 되고 반대로 과거에는 아니라고 여겨지던 것들이 받아들여지면서 혼란이 생겨난다. 몇 세대에 걸쳐 비교적 천천히 이뤄지던 이런 규범의 변화들이 변화가 가속화되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한 세대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양상은 예술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그것은 드러내 보여주는, 그리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예술의 속성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논란과 찬반 논의가 쏟아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대예술의 시점에서 예술이라는 것에 대해 총체적이고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한다. 플라톤·칸트로부터 보드리야르에 이르기까지 예술이론가들의 여러 주장과 함께 다양한 예술론들이 말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가볍게, 그러나 심도있고 진지하게 살펴본다.
역사적으로, 또한 다양한 문화에 따라서 달라져 온 예술에 대한 정의나 기대치, 그리고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장의 문제들, 예술가와 그들의 성적 혹은 성별간의 관계,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관계 등 다양한 분야와 학문의 범주를 넘나드는 방대한 논의가 간결하고도 명쾌하게 풀어져 있다.
현대작품 앞에서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 앞의 군중이 된 듯한 기분은 누구나 느껴봤을 것이다. 나에게만 벌거벗은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사람들처럼 자신에게만 예술적 작품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닌가 난감한 느낌을 느껴봤다면 현 시대에서 말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피력하는 저자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이정민 추계예대 강사·음악평론가 jungmink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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