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과일 유통.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얘기다. 전산업에 걸친 IT화 바람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듯 농수축산업에도 이미 요소요소에 IT를 접목시킨 정보화 붐이 크게 일고 있다.
“과일 유통의 경쟁력은 표준화·규격화에 있지요. 이는 유통시스템의 개선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과거의 과일 유통방식이 아날로그였다면 이제는 디지털화를 통해 유통선진화를 이루고 나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국내 과일 유통의 첨단 디지털화를 선언한 메갈로(http://www.megalo.co.kr)의 김병환 사장(40)의 포부는 남다르다. 한마디로 과일의 표준화와 규격화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고품질 과일을 소비자에게 공급함으로써 과수 농가와 전체 과일 유통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과일 공동브랜드 ‘포모나’를 선보였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천안에 첨단 시스템을 갖춘 물류센터 ‘과일패킹센터(FPC:Fruit Packing Center)’를 오픈했다. 선진 과일 유통에는 핵심인 물류분야의 능력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부지 2700여평에 460평의 저장고와 455평의 작업장으로 구성된 과일패킹센터는 하루 취급물량이 200톤에 달하며 오존수 살균기와 비파괴 디지털 선별기 등 첨단기기를 갖췄다.
김 사장은 “앞으로 과일패킹센터를 통해 나오는 모든 과일을 ‘포모나’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선보이며 포모나를 지역별 과일 브랜드의 한계를 넘어선 전국적인 과일 공동브랜드로 육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명품 과일을 만들고 싶습니다. 과일시장에서도 명품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도와 크기를 항상 최고의 상태로 고르게 유지해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기본이 돼야죠. 그래서 막대한 돈을 들여 과일패킹센터를 짓고 디지털 선별기 등을 갖춘 것입니다.”
김 사장 자신이 농민 출신이기에 현지 농가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농수산업에 대한 관심이 깊게 배어 있다.
“한국의 배가 맛에서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크기와 품질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유통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과일 농가에서 정성을 들여 키운 과일이 주먹구구식 유통과정으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값이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김 사장은 생산지 주민들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면서 유통의 어려운 점이나 문제점을 파악하며 주민을 대상으로 유통과정에 대한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과일 유통을 장사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로 접근해 물류와 공급체계, 포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합리적인 선진유통을 해나간다면 수익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김병환 사장과 메갈로가 보여줄 국내 과일 유통 선진화의 성과에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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