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물밑 조정`

 ‘직원 여러분의 애사심에 호소합니다.’

 민영 KT(대표 이용경)가 지배구조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지난 1월 SK텔레콤과의 상호지분 해소를 계기로 외국인(브랜디스)이 우리사주조합을 제치고 1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위법(?)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외국인이 국내 통신회사의 최대 주주가 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해도 6개월 이내에 해소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렸다.

 외국인 주주에게 팔라 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

 더욱이 ‘믿는 구석’인 우리사주조합 지분도 문제다. 우리사주조합은 6.02%의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이나 배정 1년을 맞는 오는 5월에 의무보유 기간이 풀린다. 목돈이 필요한 직원들이 주식을 내다팔 수 있다. 1대 외국인 주주와의 지분격차가 커진다.

 이에 이용경 KT 사장은 지난 1월 ‘종업원 지주제’나 ‘전략적 대주주 영입’을 모색했다. 하지만 단시일 내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종업원 지주제의 경우 직원들과 회사의 공동 펀드결성 등 절차가 복잡하다. 또 전략적 대주주 영입도 최소 3% 가량의 지분을 매입할 정도의 자금력 있는 국내 회사를 찾기 쉽지 않다.

 KT가 외국인 최대주주 문제를 해결할 단기처방은 현재로서는 우리사주조합의 애사심에 호소하는 방법 밖에 없다.

 KT는 일단 보유한 자사주 가운데 일부를 출연해 우리사주를 최대주주로 끌어 올리는 한편, 다음달 의무보유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주식을 내다 팔지 말도록 설득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증시침체로 인해 현 주가가 매입가(5만4000원)보다 현저히 낮다. 우리사주 매각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으나 낮은 주가가 이를 대신했다.

 KT는 또한 외국인이 1대 주주로 올라선 시점을 지난 1월 SK텔레콤과의 상호지분 해소시기로 볼 것인지, 지난달 주주총회 당시 명부작성 시기로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 약간의 여유도 생길 수 있다고 기대했다. 현행법으로는 6개월 이내에 외국인 1대 주주를 해소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 시점 해석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KT 관계자는 “우리사주를 1대 주주로 끌어낼 뚜렷한 방법이 없지만 그렇다고 당장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종업원 지주제나 전략적 대주주 영입 등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속에서 당장은 우리사주를 팔지 않도록 종용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노무현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민영화된 공기업들도 지배구조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KT 경영진은 우리사주 지분을 유지하는 게 엉뚱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걱정했다.

 다음달 우리사주 의무보유 해소시점을 앞두고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지배구조 문제를 둘러싼 KT의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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