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아동용 게임은 엄마의 선물이다

◆나비야인터테인먼트 이상희 사장 naviya@naviya.co.kr

 얼마 전 올해 초에 출시된 국산 신작 게임들이 침체된 PC게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미 출시 전부터 흥행을 예고했던 해외 대작들의 순위경쟁 틈에 끼어 나름대로 한국 게임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나마 제법 팔린다는 국산 게임 대부분이 아동과 10대 여성을 겨냥해 개발기간 1년 미만에 1억∼2억원의 개발비로 만들어진 게임들이라는 점에서는 주목해 볼 일이다. 이는 지난해 해외 게임의 점유율이 80%를 넘었던 PC게임 시장에서 그나마 국산 게임이 나름대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생존공식으로까지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게임 시장 현실을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해외 대작들과 겨루던 개발사들은 하나둘씩 PC게임 개발을 접고 온라인게임이나 비디오게임 시장으로 나서고 있는 마당에 과연 패키지 대작 게임을 들고 나설 개발사가 어디 있겠는가.

 사실 국내의 아동용 게임 시장은 매우 유망하고 매력적이다. 와레즈나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도 적으며, 뛰어난 완성도와 범세계적인 마케팅으로 유혹하는 대작 게임과 경쟁을 펼칠 필요도 없다. 또 컴퓨터 조기 교육화 바람에 힘입어 집집마다 부모보다 PC를 더 잘 다루는 10세 전후의 꼬마 영재(?) 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쯤이면 이미 시장은 열려 있는 셈이다.

 단 한가지 문제라면 우리가 아동으로 바라보는 10세 전후의 그들 중 이미 다수가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 등의 게임 시스템, 또는 온라인게임에 길들여져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2∼3학년쯤 된 귀여운 꼬마들이 하교길에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골리앗이나 임요한 선수를 이야기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 때문에 현실적인 국내 아동용 게임 시장의 범위는 게임 초기 사용자인 10세보다 아래인 저연령층으로 국한되며, 우리의 생각보다 매우 좁은 범위의 연령대의 아동만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팔자니 인기 만화 타이틀과 캐릭터를 사용하고 값비싸 보이는 선물을 끼워주는 마케팅 전략은 필수며, 사실 이런 전략 아래 몇몇 아동용 게임은 눈부신 판매고를 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 후 아동용 게임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의존한 3∼ 6개월 단기개발 상품으로 인식됐고, 우리가 흔히 횡스크롤 액션이라 부르는 게임 시스템에 만화 주인공이 뛰어다니는 천편일률적인 게임들이 아동용 게임의 대명사가 돼 쏟아져 나왔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우리는 유명 만화라는 배경과 선물공세 마케팅을 업고도 시장에서 참패한 많은 게임을 알고 있다. 진정 아동을 고려한 소재 발굴이나 게임시스템 개발보다 만화 영웅들의 후광을 기대했던 게임들은 대형 할인매장에 장보러 나와 우연히 게임을 고르게 된 엄마들에게는 선택됐을지 몰라도 정작 게임을 즐겨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외면당한 것은 아닌지….

 아동용 게임에서 캐릭터 라이선스의 효과는 매우 큰데도 불구하고 대충 만들어진 덕분에 마케팅적 이점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아동용 게임의 수명단축을 가져왔다. 또 이 때문에 아이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온라인게임 시용자로 편입되고 있다. 국내 PC게임의 유일한 희망이라 하는 아동용 게임 시장 역시 이대로 막을 내리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아동용 게임 시장을 키워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게임 개발사 또는 개발팀이 어떤 게임을 시장에 내놓느냐에 달려있다. 아동에게 맞는 새로운 게임시스템을 찾는 것도, 만화 영웅을 등장시키는 것도, 교육적인 요소를 포함시키는 것도 다 좋다. 단 부모가 과연 게임을 사줘도 좋은 것인지 망설이며 지불한 비용만큼, 아이들이 게임이 설치되는 것을 기다리며 갖는 설레임만큼의 그 어떤 ‘선물’이 담겨있었으면 한다. 엄마가 자녀에게 주는 선물이 아닌, 개발사가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처럼 정성이 담긴 게임만이 그들을 한번 더 게임 매장에서 서성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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