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태 닷컴클럽 사장
벤처기업계의 적지 않은 경영자들이 사업 실패에 대해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최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누구보다도 창의적 열정으로 밤낮없이 도전하고 일했는데 결과는 본인의 희망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수업료를 치렀다고 말하는 분들이나 이들의 상황이 이해된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듯 하다.
그러나,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외적이든 내적이든 성공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예전에 중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시간에 배웠던 필요충분조건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어떤 일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어지는 조건에 관한 것으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그리고 이 둘이 합쳐진 필요충분조건으로 나눠서 개념화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성공에 있어서도 필요충분조건의 논리는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본인은 밤낮없이 도전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은 될지 몰라도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기업 경영에 있어 도전적 열정과 창의성은 기본적인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기업 경영과 사업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은 때로 기본적 필요조건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어쩌면 필요조건이 불충분한 상황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다른 조건이 부족한 조건의 차를 상쇄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성공적 기업경영을 위해서는 자신의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조건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구체적으로 이를 충족시켜나가고자 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끊임없이 지속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실패한 무수한 도전들의 대부분은 필요한 조건들에 대한 이해가 주관적이거나 부족했을 개연성이 너무 크다고 할 수 있다. 도전과 열정 그리고 성실성과 창의력은 기업 경영의 다른 조건들과는 또 다른 범주의 요소들이다. 이것만으로 현대의 경영환경에서 성장 발전하기는 쉽지 않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한국적 상황도 좋고, ‘할 수 있다는 정신’도 좋다. 하지만 일이 제대로 되기 위한 조건에 대한 이해가 지나치게 주관적이거나 아니면 아예 기업 경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이 기업 성공의 절대조건에 대한 이해 부족과 무지(?)에 대해 등한시 한다면 결과는 항상 이러한 과정적 문제점을 반영하게 될 것이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이고 경영은 또 다른 실천적 전문 분야다. 다시 한번 도전하되 이전과 다르게 하기 위해서는 이를 인정해야 하며, 모두가 습관처럼 얘기하듯 ‘수업료 치렀다’는 정도로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주관적 조건이 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전의 가치는 언제나 유효하다. 다만, 기업 성공을 위한 조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즉, 지금까지의 노력이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충분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해야한다. 성공은 필요충분조건이 전제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실패도 실패 나름대로 그 가치를 가진다. 그 실패가 새로운 도전의 밑거름이 되어 값진 경험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필요조건만으로는 실패가 성공조건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된다.
지금 우리는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춘 무수한 인재들을 만들어냈고 그런 점에서 미래도 희망적이다. 단지 실패의 경험이 단지 그 순간, 당사자 본인들만의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다양하게 공유되고 또 다른 도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벤처 비즈니스에 대한 또 한번의 도전은 미련이나 단순한 횟수의 나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제 보다 냉정하게 경영의 필요충분조건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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