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이통시장을 위한 제언

◆산자이 고엘 액센츄어서울사무소 이사 sanjay.goel@accenture.com

 지난 2∼3년간 한국의 무선통신시장은 급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지난해 무선통신서비스 시장규모가 29조원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어떤 시장이든 생물학적인 탄생과 성장·노화단계가 있기 마련이다. 한국의 무선통신시장도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러, 이에 따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준비하지 않으면 존 밀턴의 ‘실낙원’에 묘사된 천국과 지옥의 상반된 상황처럼 최근 몇년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내 무선통신사업자들이 주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7가지 요소를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성장세가 둔화된 시장에 대응하는 적절한 마케팅과 영업 전략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무선통신사업자들은 다양한 저가 판매채널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이같은 정책은 쉽게 신규 사용자를 확보하는데는 도움이 됐지만 고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허점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브랜드에 대한 정리작업이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통신사업자 브랜드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만 많이 들뿐 소비자에겐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전사적이고도 총체적인 비용절감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싶다. 한국의 무선통신사업자들은 전 부문에 걸쳐 비용절감이 필요하다. 특히 인력투입이 요구되는 부문에 대한 분석은 중요하다. 신규고객 유치부문의 경우 고객 신상정보 기록과 같은 일상업무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소요 인력을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이용률이 낮은 데이터서비스와 관련된 망에 대한 투자 등도 최소화해야 한다.

 또 경쟁의 핵심수단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 다양한 서비스업체와 연계해 수익통로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사진기술, 무선통신에 기초를 둔 e커뮤니케이션과 e쇼핑서비스 등은 유망한 수익모델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광역 무선통신 네트워크, 무음적외선 감지기의 지원을 받는 현장판매 인에이블러 등 다양한 무선통신서비스도 대상이 된다. 특히 전자금융서비스 시장진출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또 지적소유권 분쟁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무선통신서비스는 지역정서와 문화의 영향이 적기 때문에 지적소유권에 대한 국제적 경쟁이 덜한 편이기는 하지만 지적소유권과 관련한 국제 분쟁이 일어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해외 무선통신사업자의 주식을 매입, 지분참여를 통해 미리 지적소유권 분쟁을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OECD 선진국과 같은 조직과 영업관행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주문하고 싶다. 한국 사업자들은 사업을 다각화해 조직에 융통성을 부여하는 한편 슬림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낡은 조직구조로 발생하는 중복 기능을 제거해야 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하기보다는 통폐합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잉여자금을 활용, 신규투자 초기단계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재무관리시스템이나 경영정보시스템 등 IT투자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이와함께 기업의 핵심부문을 제외한 분야의 아웃소싱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아웃소싱을 통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 부서의 전문성 확보와 생산성제고 및 비용절감 노력이 필요하다. IT응용 개발, 유지보수, 고객서비스, 청구서 발급, 고객관리, 네트워크 재고관리 등의 분야는 적어도 5∼10년에 이르는 장기적 아웃소싱 계약이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무선통신 정책부처는 임시변통식 규제관례를 버리고 투명한 규제정책을 입안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임시규제가 무선통신사업자들에 ‘낙원’과 같은 비즈니스 상황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고객들과의 벽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요금인상 폭을 1∼2%로 묶어 놓으면 사업자간 경쟁으로 인해 당초 정부가 의도했던 수준 이하로 요금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이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시장의 힘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오히려 무선통신을 이용해 금융부문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시장 진출로 좀더 질을 높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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