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군(友軍) 없는 하이닉스

 하이닉스반도체가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정부로부터 불법 보조금을 받았다며 유럽 현지업체들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로부터 수입관세 부과를 놓고 조사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곧 예비판정을 내릴 태세다. 관세부과안이 통과되면 하이닉스는 최소 수백만달러에서 수천만달러의 예치금을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 상무부도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릴 예정이어서 하이닉스는 이래저래 이중의 고초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하이닉스의 모습을 보면 우군(友軍)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EU를 내세운 독일 인피니온이나 미국 상무부를 등에 없은 마이크론과 비교해 본다면 더욱 그렇다. 하이닉스를 공격하는 외국업체들은 자국 정부의 뒤에 숨어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온갖 정보와 갖은 전략이 혼연일체가 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지 언론까지 나서 하이닉스 공격의 정당성을 전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이야말로 유무형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면 정작 공격대상이 된 하이닉스는 큰 도움을 주고 있는 협력자가 없다. 물론 우리 정부가 통상 및 산업부문 부처와 함께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지만 통상마찰 등을 고려해 획기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일부 시장분석가는 경쟁사의 반사이익을 운운하며 오히려 외국 정부의 하이닉스 죽이기를 편들고 있는 듯하다.

 사실 하이닉스가 우리 산업이나 경제에 미친 악영향(?)을 생각하면 누가 쉽사리 나서 편을 들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열강들로부터 냉혈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는 하이닉스를 강건너 불보듯 할 수만은 없다. 아무리 미운 오리새끼라 할지라도 하이닉스에 종사하는 우리 형제·자매, 협력업체들, 우리가 일궈온 반도체산업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도록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다.

 정부와 반도체 산업계는 다시 한번 이번 문제를 냉철하게 봐야 한다. 보조금 지급이라는 열강들의 논리에 휘말리지 말고 하이닉스와 우리 반도체산업의 탈출구를 마련할 묘안을 함께 짜낼 때다.

 <디지털산업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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