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번들시장 경쟁구도로 가나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지난 28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밝힌 PC출하시 백신 설치 의무화 방침에 백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방침이 시행되면 그동안 외국 백신업체가 독점하던 백신 번들 시장이 경쟁구도로 변할 전망이다. 반면 가격정상화 등 실질적인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보보호 수준 제고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황=현재 국내 대형 PC 제조업체는 대개 출하단계에서 번들용 백신을 설치한다. 번들용 백신 시장은 외국계 기업인 시만텍코리아가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안철수연구소나 하우리 등 토종 백신업체가 번들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지나치게 싼 가격 때문이다. 정확한 가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번들용 백신 가격을 개당 100원 이하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연간 380만대 정도인 내수 PC물량을 모두 더하더라도 채 번들용 백신 시장은 4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싼 가격 탓에 번들용 백신의 효용성도 낮다. 현재 시만텍코리아가 공급하는 번들용 백신의 사용기간은 1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신종 바이러스에 대비하는 엔진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번들용 백신 사용자는 컴퓨터 구입후 1년이 지나고 등장한 신종 바이러스에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토종 백신의 사용기간도 마찬가지로 1년이지만 1년이 지나도 신종 바이러스에 대비하는 엔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업계 반응=그동안 번들 시장에 진출하지 않던 토종 백신업체들은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번들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번들 시장 진출의 유일한 걸림돌은 가격이라는 말이다.

 권석철 하우리 사장은 “미국의 경우 번들 백신 가격이 1달러 수준”이라며 “우리도 이 정도 가격이 형성되면 충분히 번들 시장에 진출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연간 1달러 정도의 가격이 현실화되면 번들용 백신 시장은 단숨에 50억원 수준으로 올라간다. 따라서 그동안 시만텍코리아가 독점하던 상황이 경쟁구도로 변할 것이 확실하다.

 ◇과제=고객지원이 전제된 백신 설치 의무화는 국내 컴퓨터의 정보보호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방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방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백신업체가 제기한 가격현실화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백신 설치 의무화의 세부방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며 이해 당사자인 PC 제조업체 및 백신업체와 의견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PC 제조업체의 경우 “일방적으로 백신 가격 부담을 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PC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소프트웨어는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하는데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1달러면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하드웨어를 붙일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통부가 앞으로 정보보호 수준 제고와 가격과 관련된 업체간 이해관계라는 방정식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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