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3인 운영위 경영체제로

 신윤식 하나로통신 회장의 용퇴에 따라 그 배경과 하나로통신의 향후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하나로의 신규사업 진출과 기존사업의 확대와 관련, LG그룹을 비롯한 경쟁사 주주의 입김이 강화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자진사퇴 배경=명예퇴진의 성격이 짙다. 물론 세 불리를 의식한 것이기는 하다. 주총 전날 밤까지만 해도 신 회장은 연임을 위해 세 대결도 불사한다는 뜻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삼성·SK가 내심 자신을 지지할 것으로 믿고 표 다지기에 나섰던 신 회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자신의 연임을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주총시작 전 대주주 기업으로부터 연임과 관련, 부정적인 답변을 듣고 자진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주총서 정관변경안 부결은 결정타가 됐다.

 ◇주총장 표정=이날 주총장 한켠에는 8시부터 LG그룹측 주주 관계자들이 자리를 잡았고 신 회장을 지지하는 주주들도 속속 집결,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표 대결을 암시하는 긴장감 또한 팽팽했다. 그러나 신 회장측 지지자들이 워낙 많아 외형상으로는 LG그룹측의 세가 불리한 듯했다. LG그룹측은 의안상정과 결의 자체를 지연하는 전략을 구사해 신 회장측 지지자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1호 의안인 대차대조 및 손익계산에 관한 표결시 반대표·기권표를 일일이 확인하자는 주장을 펴 30분 가량이 소요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관변경의안이 데이콤·온세통신 등의 적극적인 반대와 대기업주주들의 기권으로 급반전됐다.

 ◇경영진 구성=신 회장의 사퇴로 하나로통신은 당분간 이인행 대표이사 부사장·이종명 부사장·김진덕 전무 체제로 갈 전망이다. 이날 주총 직후 개최된 이사회는 현 이인행 대표이사 부사장이 대표권을 행사하되 이인행 부사장과 이종명 부사장, 김진덕 전무 3인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상호협의하에 업무를 수행토록 했다. 하지만 상임이사·비상임이사·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되는 임시기구인 경영위원회에서 회사의 모든 중요 안건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같은 상황은 물론 새로운 대표이사 사장을 임명할 경우 이사회 추천을 거쳐 주총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향후 전망=앞으로 하나로통신은 LG그룹측의 입김이 더욱 세질 전망이다. 이 회사 주요사업을 추진할 경우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회사 주요사업의 경우 최대주주인 LG그룹측 의견이 적극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측은 이를 바탕으로 그룹내 통신계열사와 시너지효과 극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통신3강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가 요구되는 통신업의 특성상 앞으로 모든 부문서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내야 하는 하나로통신으로서는 의욕적으로 신규사업이나 미래사업을 전개하기에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LG그룹의 이해와 상충되는 부문의 경우는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주총에서 시외전화·국제전화사업권 획득에 따른 이 회사 정관변경안이 데이콤과 온세통신 등 경쟁관계에 있는 주주의 반발로 무산된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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