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시스코가 자사주 매입을 반기는 까닭은

 이라크전의 흥분과 소용돌이 속에서 시스코시스템스가 발표한 자사주 추가매입 계획은 이제 거의 세인의 머리에서 잊혀졌다. 그러나 다시 한번 평가해보면 이는 전반적으로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라 할 수 있다.

 시스코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자사주 매입을 위한 자금을 50억달러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스코가 지난 2001년 9월 11일 이후 자사주 매입을 위해 80억달러를 승인한 것을 감안하면 총액은 모두 130억달러에 달한다.

 이 시점에서 시스코가 무엇을 하려는지 성급히 결론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몇가지 사항을 우선 검토해 볼 수 있다.

 첫째, 이번 자사주 매입 발표가 기업이 반드시 주식을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130억달러는 하한선이 아니라 최고 한도이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늘 최선의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스코는 지난 1년 반 동안 3억1700만주를 주당 평균 13달러 88센트에 되사들였다. 21일 종가가 13달러 90센트인 점을 감안하면 시스코가 자사주 매입에서 앞서나간 것은 별로 없다.

 마지막으로 시스코는 주식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비상장 홈네트워킹업체 링크시스를 5억달러의 주식으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기 하루 전 자사주 매입계획을 공개했다.

 링크시스 인수가 모든 사람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어바인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수익성은 괜찮은 반면 기술지원은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시스코의 홈네트워킹사업 진출이 고급품 마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스코 주가는 링크시스 인수 발표 후 32센트, 2.2% 하락했다.

 그렇다면 이 자사주 매입을 반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규모가 커진다는 점이다. 시스코는 이전에 승인받은 자사주 매입을 위한 잔여자금 36억달러에 새로 승인받은 50억달러의 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시스코는 현금 및 단기투자금 100억달러의 일부를 이용해 주식배당금을 지급하기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는 게 낫다. 특히 스톡옵션 발행으로 인한 주가 희석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시스코는 침체기에도 계속해서 시장점유율을 늘려왔다. 따라서 시스코의 링크시스 인수결정은 비싸긴 하지만 미래에 대한 합리적이고 과감한 베팅이라고 할 수 있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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