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기술입국을 위한 노력

◆이평호 서울대학교 연구공원 본부장 lph@snu.ac.kr

　　

　벤처 창업과 경영지원 관련 업무를 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기술제국주의시대, 기술전쟁시대에 위태롭게 서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한 나라의 기술 경쟁력은 곧 국운과 직결된다는 일종의 역사 인식에 사로잡힌다. 이런 혼란기일수록 모든 경제 주체는 기술이 지닌 가치의 역사적 의미를 깊이 깨닫고 흐트러진 기술 입국을 위한 결의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고취, 교육과 인재양성 같은 인적 자원관리제도 개선, 과학기술 투자의 효율성 제고, 첨단기술의 산업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의 과감한 정비, 국산 기술에 대한 시장 인식 개선을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과학기술 입국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뜻을 한데 모아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우선 개발의욕 고취와 창업분위기의 전국민적 확산을 위해서는 단순한 일회성 사업이 아닌 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거나 국가 발전의 지렛대로서 그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다양한 수단과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이 우리 기술에 대한 신뢰감과 자긍심을 갖도록 돕고 사회적 분위기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는 각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과학연구기술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가 투자한 연구개발비만이라도 예산낭비와 중복투자를 막고 그 성과물을 사업화·제품화로 이어지도록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연구 개발과제 선정과 자원 배분권한을 일원화하고 과제 선정·신청 과정과 절차를 명료화하고 이를 충분히 알리는 체제가 정비돼야 한다. 연구개발된 기술의 가치와 산업적 영향에 대한 정확한 심사분석시스템을 갖추는 것과 동시에 피드백시스템을 통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채널도 구축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 창업지원업무를 하다 보면 좋은 기술이나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우수한 첨단기술과 제품을 개발했지만 진입장벽에 높아 실용화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해 진입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새로운 연구결과나 기술이 사업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지원제도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초기성장형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와 행정절차는 과감히 없어져야 한다. 각종 지원규제나 행정부의 사사로운 규칙은 물론이고 지원제도마저 때로는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국산 기술이 우리 시장에서마저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거나 제도 미비나 결함으로 장애를 받는 웃지 못할 현실이 우리를 안타깝게 만든다. 이를 시정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기본적 권리인 연구개발의 자유는 곧 심각한 침해를 받게 될 것이며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경제 주체가 나서 기술 가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을 환기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침체된 산업에 역동성과 활력을 다시 불어넣는다면 과학기술은 우리 경제의 향후 수십년을 책임지는 성장동력으로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첨단기술과 제품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각종 지원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더불어 새로운 정책기조와 방향을 수렴해야 한다. 또 우수한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실용화할 수 있는 제도와 인프라 도입을 뒷받침할 관련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 참여정부가 내놓을 과학기술산업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