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에 들어간 미국-이라크 전쟁은 단기전으로 끝날 때는 그간 우리 경제를 짓눌러온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장기전이건 단기전이건 경제에 악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도 단기간에 끝날 경우는 낙관적인 관측이 우세하지만 장기전으로 치달으면 미국발 경기위축으로 먹구름이 수년간 걷히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이라크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국내경제 영향=장기전에 따른 유가상승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비용부담을 늘려 우리 생존수단인 수출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유가는 지난달 이미 배럴당 30달러를 넘어 석유비상수급대책 2단계에 돌입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정부는 올해 유가를 배럴당 25달러로 예상하고 경제운용계획을 작성했기 때문에 유가가 더 오른다면 경제운용에 상당한 부담을 안을 전망이다. 특히 유가상승은 수입액을 증가시켜 무역수지 악화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물가상승은 소비심리와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고 기업들의 투자회복도 지연시켜 경제의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경제는 올해 이라크전쟁이 프랑스와 독일 등 많은 나라의 반대로 지연되면서 이미 움츠러들 대로 움츠러든 상태다. 이렇게 되면 물가가 올해 목표로 했던 3%대에서 더 높아지고 경제성장률도 5%대에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정부가 연초 마련한 경제운용계획을 다시 손질하는 상황도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상황은 유동적이어서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세가 미국쪽에 유리하게 급진전되면 91년 걸프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유가가 급락하고 투자가 회복되는 등 위축된 경제심리가 회복될 전망이다. 걸프전 당시에는 전쟁발발 하루뒤 유가가 25달러에서 15달러로 급락했다.
환율과 채권시장도 전쟁상황이 변수다. 전쟁이 발생해 환율과 채권금리가 급등하면 기업환경이 나빠지게 된다. 또 이라크전쟁은 유가상승과 국내경기 악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어 환율과 채권시장도 추가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경제 영향=이라크전은 지난해부터 세계경제의 화두로 떠올랐으며 유가상승과 경기전망 등 분야에서는 전쟁발발 이전에 이미 상당부분 ‘전쟁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라크전쟁 발생 이후의 세계경제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미국, 일본을 비롯,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유가의 급격한 상승은 ‘제2의 오일쇼크’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분석가들은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에도 유가급등으로 세계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고 현재 세계경제는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미국경제의 영향력이 더 커졌기 때문에 걸프지역의 전쟁은 세계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라크전쟁이 끝나고 사담 후세인 정권이 축출된 이후에도 이라크의 석유생산량이 조기에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분석가들은 이라크가 걸프전 이전 수준으로 생산량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년간 수십억달러의 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단기간에 끝난다는 전제하에서 전쟁 이후 세계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없지 않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미 전쟁프리미엄이 유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이라크전이 미국의 승리로 단기간에 끝날 경우 국제유가가 10달러 정도 급락하고 종전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기가 호전되는 등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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