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라크戰 카운트다운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7일 오후 8시(한국시각 18일 오전 10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담 후세인과 그의 아들들은 48시간내에 이라크를 떠나야 한다”며 “그들이 이를 거부한다면 군사적행동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전쟁은 후세인 대통령이 이같은 입장을 무조건 수락하지 않는 한 오는 20일 오전 이후에 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서방선진국의 중재노력으로 전쟁회피라는 극적인 성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미국과 이라크가 걸어온 행보를 보면 전쟁발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사태가 전쟁으로 발전할 경우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큰 영향을 입게 돼 있는 우리나라로선 정부나 기업은 일단 그러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시나리오와 그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만 한다.

 전쟁발발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증시 침체와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한 전자 통신장비들의 수출이 위축되는 것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담화발표 이후 우리나라 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는 특이하게도 전날보다 22.07포인트 상승한 537.31로 마감됐다. 그동안 이라크전 발발 위기감에 폭락을 거듭해 오던 주가가 이라크전이 속전속결로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해 급반등한 것이다. 코스닥시장도 이날 같은 영향으로 종합지수가 전날보다 1.71포인트 높은 36.35로 출발한 뒤 오름폭을 키워 1.86포인트 오른 36.5로 장을 마감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오름세를 보인 것이 사실이지만 전쟁발발에 따른 동요와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고 봤을 때 이러한 종합주가지수의 반등을 즐거워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전쟁기간동안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하락세를 보일지 모른다. 실제로 지난 91년 1월 미국과 이라크가 전쟁을 시작한 후 우리나라 증시가 수직하락세를 보이면서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참고로 하면 이라크전쟁 발발 이후 우리의 증시가 어느정도 하락세를 보일지 판단하기 곤란하지만 시황이 좋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대중동지역의 전자정보통신제품의 수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이러한 징후는 수출실적을 비롯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외국바이어들이 모든 수입활동을 중단하거나 보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동현지 딜러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에 수출제품의 선적을 무기한 보류해 달라는 것을 잇따라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다른 어떤 업종보다 전자업체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의 발표에 따르면 백색가전을 비롯한 가전제품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까지 한달에 평균 8650만달러에 달하던 중동지역 수출이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 1월에는 7000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컴퓨터와 프린터, 팩시밀리 등 산업용 전자제품의 수출도 지난해 8월 한달간 1억100만달러로 연중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수출물량이 줄어 지난 1월에는 8100만달러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쟁이 발발되면 이마저도 곤란해 가전제품과 산업전자용 제품들의 수출이 더욱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제 정부와 기업은 어려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 각자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냉정한 자세로 짚고 넘어가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된다. 90년 걸프전의 교훈을 상기해 경솔한 대응을 피하는 현명함과 신중한 판단을 정부와 기업이 갖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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