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재 아이큐브 대표 skang@icube.co.kr
스티브 잡스가 애플컴퓨터를 창업하고 최초로 시장에 내놨을 때만 해도 PC는 단순히 계산기 이상의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IBM PC의 출시가 본격화된 후에는 기존 계산기 차원을 뛰어넘어 사무자동화 및 가정 생활에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오늘날 PC는 현대사회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정보를 가공 및 공유하는 대표적인 도구로서 자리잡고 있으며 더 나아가 정보에서부터 인간의 기본 욕구의 일부로 엔터테인먼트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역할을 위한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또 멀티미디어 기술 환경은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의 생성 및 유통을 선도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이제는 일상에서 항상 접하고 향유하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누구나 PC 및 인터넷, 정보가전을 통해 양질의 디지털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고, 특히 작년 후반부터는 모바일과 결합돼 PDA나 휴대폰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PC와 디지털 멀티미디어의 이런 획기적인 발전의 밑바탕에는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비록 최근 들어 그 성장세가 현저히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2002년 11월 말에 이미 1000만을 넘어선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언제라도 디지털 멀티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이용자들이다. 또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공유프로그램도 이의 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P2P 프로그램인 구루구루나 소리바다 등을 비롯해 여러 인터넷사업자의 다양한 서버공유서비스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들은 언제라도 원하는 사진·음악 파일 및 동영상 파일을 검색·공유할 수 있게 됐다. 가요·팝송 등 대부분의 음악파일과 대부나 스타워즈 등 고전영화는 물론 심지어는 개봉 전의 영화도 공공연히 인터넷에서 공유된다. 이는 저작권 등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카메라·캠코더 등 디지털 가전기기의 폭넓은 보급으로 능동적인 인터넷 이용자들은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자신이 직접 자유자재로 디지털 콘텐츠를 가공·제작·공유하기도 한다. 이는 곧 그동안의 집중적이고 한정적인 콘텐츠 생성과정에서부터 다양하고 풍부한 디지털 콘텐츠 생성으로의 변화를 의미하게 된다.
이에 따라 방대한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보유하게 된 사용자들을 위한 홈엔터테인먼트시스템의 다양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PC의 엔터테인먼트 도구화는 가전업계와 PC업계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TV·VCR 및 DVD로 대변되는 가전기기는 조작의 편리성과 거실에 설치돼 있는 친숙성으로 인해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엔터테인먼트 도구로 자리잡고 있으나 신속성·능동성·유연성이 결여된 약점이 있다. 이에 반해 PC는 친숙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기존 가전기기가 갖지 못한 정보 및 콘텐츠의 수집·가공, 그리고 저장의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유연한 ‘디지털’적인 특성이 장점이다.
이에 대해 가전업계와 PC업계는 조작의 편리성과 친숙성 등 가전의 장점과 유연한 디지털이라는 PC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제품들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필자는 위와 같은 엔터테인먼트부문의 디지털 컨버전시의 흐름은 결국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PC와 디지털 가전기기의 엔터테인먼트화’로 귀착되리라고 본다.
PC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컨버전시 제품은 2001년 초부터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이 제품들의 가장 큰 걸림돌은 TV 화면에 친숙한 사용자들을 어떻게 PC 모니터 앞으로 끌어내느냐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편안하게 거실 소파에서 즐기던 영화를 책상 의자에 앉아 PC 화면을 통해 즐기도록 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못되므로 PC 내에서 수집·저작·저장된 디지털 콘텐츠를 편리하게 TV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 하나가 PC 자체를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박스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하반기에 PC와 TV를 직접 연결해 리모컨으로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XP미디어센터를 출시한 바 있다.
또 다른 시도로는 멀티미디어 셋톱박스를 통해 PC와 TV를 연결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는 PC와 셋톱박스를 유선 또는 무선으로 PC의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TV에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다. 이는 가정 내 무선통신의 발전으로 인한 홈네트워킹의 환경 준비와 더불어 사용자의 요구 충족에 필요한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 및 활성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홈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환경 출범을 의미한다. 더불어 PC와 디지털 가전기기의 역할분담을 보여주는데 콘텐츠의 생성·수집·가공 등의 기능은 기존 PC환경을 사용하며, 사용의 편리성을 통한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 및 체험은 새로운 멀티미디어 박스가 수행한다.
이런 두 기기간 원활한 접속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오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술의 결과로 그 구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수십년간 그 모습을 지켜온 가정 내 엔터테인먼트의 형태가 인터넷·PC·디지털 멀티미디어 기술 등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내고 있어 또한 새로운 디지털 가전기기의 출현을 감히 예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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