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래 파파DVD 사장 jongrae@papadvd.com
세계 DVD시장의 최근 발전추이를 보면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에 비유될 만큼 빠른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미국 DVD시장은 지난해 상반기 세계에서 최단기간에 보급됐다는 PC를 제치고 DVD플레이어가 더 빨리 대중화되는 믿기지 않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미디어 중 가장 매출이 많다는 미국의 서적시장조차 이미 DVD타이틀 시장에 뒤처진 2위 시장으로 전락할 만큼 DVD는 지금 최고의 미디어로서 놀라운 성장세를 경주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이제는 개봉영화 제작보다 오히려 큰 수익을 안겨주는 DVD에 담아낸 킬러 콘텐츠 확보를 위해 기획단계에서부터 전문제작팀을 투입할 만큼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삼성·LG 등 국내 가업업체들이 디지털 가전을 표방하면서부터 DVD플레이어와 홈시어터 등의 CF를 자주 보게 된다. DVD제작사를 비롯해 전문오서링업체·DVD인터넷쇼핑몰·프레싱업체 등도 이미 수백군데에 달할 만큼 엄청난 창업 붐이 불고 있다. 특히 다른 업종 대부분이 심각한 불황인 요즘 실정을 보면 더욱 놀랍다. 심지어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전에는 영화감상이나 독서라는 대답이 대다수였지만 요새는 ‘DVD감상’이라는 이들을 주위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다.
DVD는 VHS와 음반시장을 하나로 묶어내며 같은 시기에 각광받아온 VOD나 디지털방송 같은 경쟁업종을 제치고 단연 차세대 통합미디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미 4000여종의 DVD타이틀이 출시될 만큼 시장은 뜨거워지고 있다. 매달 평균 출시편수가 50여편에 불과한 VHS를 비웃기라도 하듯 DVD타이틀의 출시편수는 월 200편이 넘곤 한다.
DVD의 매력은 역시 ‘안방극장(홈시어터)’이라는 데 있다. 디스크 한 장으로 영화나 콘서트 오페라를 극장에 간 것처럼 전후좌우를 흔들어대는 입체음향에 뛰어난 색감의 영상을 가족과 함께 집에서 편하게 감상하고 또한 반영구적으로 소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매트릭스’나 ‘글래디에이터’ 같은 타이틀을 홈시어터로 보게 된다면 다시는 VHS를 볼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감독·배우들의 음성해설이나 제작과정 다큐멘터리, 삭제장면, 디렉터스컷 등이 수록되는 DVD만의 ‘별미’는 큰 강점이다. DVD는 단지 VHS의 대체품이 아니라 영화·음악·게임·교육 등의 미디어까지 흡수하는 ‘멀티미디어’로서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토록 놀라운 차세대 미디어의 기능이나 혁명성에 비해 국내 DVD시장 안팎의 현실과 시선은 의외로 냉담하다. 내로라하는 DVD전문 제작사들이 연거푸 코스닥 등록 심사에서 ‘사업성 부재’ 등의 이유로 보류판정을 받았다. 이들 업체의 경영성과 논의 이전에 ‘엔터테인먼트’ 업종이라면 무조건 ‘딴따라’로 여기는 기성 기업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남아있는 탓일 것이다.
물론 기존 DVD업계의 자기반성도 시급하다. 최고로 투명하고 맑은 영상과 사운드를 제공한다는 DVD미디어를 다루면서도 남의 판권을 공공연하게 훔쳐 제품을 출시하는 일이나 다른 나라에서 제작한 DVD타이틀의 콘텐츠를 도용하는 이른바 ‘리핑’ 같은 불투명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고객과의 약속인 출시일을 어기거나 엉성한 포장이나 제작상의 실수로 일한 ‘리콜’도 수시로 목격할 수 있다.
남에게 스스로를 믿게 하려면 지금보다 더 프로페셔널하고 더 정확한 일처리가 필요하다. 디지털 콘텐츠를 다루는 만큼 더 투명한 재무회계 처리도 필요하다. DVD시장에서 종종 판권에 얽힌 잡음과 충돌이 일어나고 무분별한 재고처리용 덤핑행사로 먼저 산 고객들을 배신감에 빠지게 하는 일부 몰지각한 업체들의 한탕주의적이며 근시안적인 돈벌이가 더 이상 설 곳이 없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잘 만들어진 DVD타이틀 한 편을 구입한 소비자가 그 ‘문화 콘텐츠’를 맘껏 즐기고 가슴깊아 감동을 간직하도록 한다면 머지않아 최고의 미디어로 성장한 DVD시장을 저절로 얻을 것이다. 그 어떤 시장이나 문화산업의 발전도 결코 ‘조바심’으로 이뤄진 적이 없다. 오로지 시장 속에서 혼신을 다한 노력과 투명한 경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는 값진 결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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