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위축과 경기불황 속에서도 어김없이 가전업계 최대의 이슈인 혼수시즌이 다가왔다.
유채꽃, 개나리꽃과 버드나무의 연녹색 새순이 가로를 물들이고 분홍 벚꽃의 화사한 봄빛깔이 아지랑이에 녹아드는 봄풍경 속에 혼수시즌도 꽃봉오리를 활짝 피운다.
남쪽에서부터 서서히 무르익는 봄의 빛깔이 전국을 수채화처럼 물들이면 봄의 소리와 함께 신혼부부의 꿈이 무르익고 가전업계의 혼수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예년 같지는 않지만 최근 소비위축 등 불황을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가전업계의 최대 이슈인 혼수시장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선남선녀들의 새봄에 대한 기대감,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망라하고 신혼의 고운 꿈을 설계하는 손길, 발길로 분주하다.
경기불황과 세계적인 경제의 어려움이 계속적으로 매스컴에서 얘기되고 있지만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꿈을 접게 할 정도는 되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올해도 새봄의 신혼 혼수를 둘러싼 업계의 기대감이 예년과 다름없이 충만해 있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새신랑 새신부의 꿈은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인 가전제품을 구입해 보다 안락하고 편안한 가정을 꾸미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신혼부부의 혼수가전 마련전략은 위축된 경제를 반영하듯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기능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가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해마다 전년보다 더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던 가전업계도 올해는 지난해 수준, 또는 소폭 상승 수준에서 매출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가전업계는 지난해 봄·가을 혼수시장 규모인 약 1조2000억원 규모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전업계로 보아서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혼수시장은 있게 마련이라고 보고 다양한 고객지향적 제품에 신경을 쓴 혼수제품으로 신혼부부의 시선끌기에 나서고 있다.
가전업계는 경기여건이 안좋은데다 최근 유가가 들먹이는 만큼 보급형 제품에 신경을 쓰는 한편 절전기능과 건강을 강조한 친환경제품 등을 통해 고객의 눈길끌기에 나서고 있다. 가격이 비싸더라고 반드시 갖춰야 할 제품으로 인식되는 드럼세탁기 같은 인기상품에 대해서는 폭발적 수요를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혼수시장은 아무래도 외관이나 디자인 차별화보다는 실속기능 제품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비싼 가전의 대명사로 인식돼온 디지털TV부문에서도 가전업계는 최근의 경기부진을 들어 고급형을 판촉으로 내세우기보다는보급형을 강조하는 추세다.
가전업계는 또 최근 유가급등세에 따른 물가상승 움직임에 대비, 일제히 절전기능을 강화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제품을 대대적으로 내놓고 이같은 특징을 강조하는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가전업체들이 친건강, 친환경 가전을 표방하며 관련제품을 대거 출시해 놓고 있다.
특히 올해 친환경을 강조한 대표주자인 대우일렉트로닉스는 2001년 무세제 세탁기에 이어, 산소에어컨, 나노실버 냉장고 등 친건강, 친환경 가전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가전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혼수시장의 특징 가운데에서는 영상가전분야에서는 △보급형 디지털TV 인기 예감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의 확고한 혼수 입지확보 등이 대표적 특징으로 꼽힐 전망이다.
혼수가전 중에 가장 기본적인 제품인 TV분야에서는 보급형 디지털TV가 본격 수요확산기를 맞을 전망이다. 올 디지털TV 의무방송이 주당 15시간으로 늘고 서비스 지역도 광역시로 확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신혼부부의 선택은 아무래도 고가인 PDP TV보다는 완전평면 브라운방식이나 프로젝션방식의 디지털TV를 위주로 이뤄질 전망이다. TV크기는 주로 32인치나 29인치대의 HD급(1080i) 화질을 구현하는 완전평면 제품이 무난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물론 가전유통업계는 굳이 고급형 프로젝션TV, PDP TV가 아니더라도 신혼부부들이 대형 디지털TV를 즐길 수 있도록 100만원선에서 300만원선의 완전평면형 디지털TV를 마련해 놓고 있다.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는 올해를 기점으로 신혼부부들에게 확고한 입지를 확보할 가전제품으로 꼽힌다.
고급형 백색가전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양문형냉장고와 드럼세탁기는 어느새 신혼부부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1순위 가전제품군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이미 혼수용 냉장고 가운데 양문형 제품은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보편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대가 2∼3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기 때문. 삼성전자의 ‘지펠’, LG전자의 ‘디오스’ 등 고급 브랜드 제품군에서도 100만원 이하의 제품이 대거 출시되고 있는 게 최근 흐름이다. 가전업계는 신혼부부들에게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최근의 유행 흐름에 따른 가전제품을 구입토록 배려하는 것이 가전업계의 최근 마케팅 흐름이다.
가전업계는 특히 최근 절전기능을 대폭 강화한 신제품을 내놓고 신혼을 계기로 고객으로 등록한 새로운 고객군에 대한 기호를 선점하려는 노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한 드럼세탁기도 올해 개화기를 맞아 신혼부부들의 인기를 한몸에 얻을 전망이다. 올해는 이불빨래까지 가능한 10㎏급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올봄 혼수전의 드럼세탁기 시장은 LG전자 외에 삼성이 이달말이나 내달초 건조까지 가능한 10㎏ 신제품을 출시하며 미국 메이텍의 제품과 함께 삼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혼수가전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은 가전업계와 온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제공하는 다양한 혼수행사를 이용하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좋은 제품을 편리하고 값싸게 살 수 있고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다양한 제품을 보너스로 받을 기회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혼부부가 가전·유통업계와 처음 대면하는 고객인 만큼 첫인상이 향후 가전 대체수요시 그대로 고객으로 이어진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다양한 판촉활동으로 지속적으로 고객으로 붙잡고자 하는 가전유통업계의 마케팅은 각종 사은품으로 이어진다.
소형가전의 경우 직접 구입하기보다는 혼수판촉을 활용하면 ‘공짜’로 장만할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가전업체가 각각 제품구매시 또는 자사의 홈페이지 등록을 통한 회원확보를 통해 제품구매시 할인, 특판 및 소형가전제품 제공행사 등을 갖는다.
유통업체의 자체적 혼수마케팅도 주목할 만하다. 가전유통업체 중 가장 활발한 마케팅을 벌여온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이 공동 마케팅을 통한 고급 침구 및 DVD제공 등 할인·사은품 행사를 벌이고 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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