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한국에 반도체 공장 설립 가능할까

 세계 최대의 반도체업체 인텔이 10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반도체공장 설립방안을 놓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저울질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텔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문의 진상=정태인 청와대 정책실 동북아 태스크포스팀장 내정자는 최근 대덕밸리 산·학·연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동북아 허브 구축을 위해 대덕 등 지방 연구개발(R&D)단지를 연결하는 ‘광역형 산업집적단지(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으며 인텔 등 외국 기업들이 여기에 참여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내정자는 또 인텔의 공장 후보지로 충북 청원군 오송 생명과학단지를 지목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담당자는 “인텔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받지 않았으며 확정된 내용도 없다”고 밝혔다.

 인텔코리아측은 “본사에서 진행되는 상황이라 전혀 아는 바 없다”면서 “그러나 아시아지역에 대한 비중이 높아져 장기적으로 반도체 일관생산라인(FAB)을 포함한 생산거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텔의 대한 공장건설 계획은 지난해 9월 오영교 KOTRA 사장이 인텔 본사를 방문해 투자 유치를 놓고 논의했던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성사 가능성에 한층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KOTRA의 한 담당자는 “현재 인텔에 대구·오송·충주를 공장설립 후보지로 제안한 상태”라고 밝히고 “새 정부의 동북아 허브 밑그림이 그려지는대로 인텔에 정식으로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에 왜 관심 두나=인텔이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지역을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고려하는 것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38%를 아시아지역에서 거둘 만큼 최대 수요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인텔의 주요 생산거점은 아일랜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국에 있기 때문에 원가와 물류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현재 인텔은 후공정공장과 물류센터를 중국·대만·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지역에 두고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핵심공정도 현지 생산 및 수요 체제에 맞춰야 한다는 내부의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인텔이 쉽게 후보지를 결정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최대 수요처로 예상되는 중국은 ‘바세나르 협약’에 묶여 있어 군사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핵심 반도체기술을 넘길 수 없는 상황이고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지진이 잦아 입지여건으로는 뒤떨어진다.

 반면 오송을 포함한 한국은 숙련된 인력과 연구개발(R&D) 인프라, 용수, 물류 등 여타 입지조건이 우수한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인텔 투자유치 가능할까=KOTRA 측에서 분석한 자료에는 인텔 측이 요구하는 외국인투자 혜택 확대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때문에 정부가 인텔뿐만 아니라 동북아 허브 구축을 위한 외국기업 투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욱 구체적인 비전 제시와 함께 제도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새 정부가 앞으로 한국의 비전을 R&D 중심으로 할 지, 아니면 대규모 IT제조단지로 조성할지의 여부를 분명히 해야 외국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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