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줘요.’
세계의 목장 아르헨티나가 이제 정보기술(IT)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계속되는 경제불안과 페소화의 평가절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최근 국내의 저비용 IT인력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환율인상으로 아르헨티나 인력의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싸지면서 아르헨티나는 남미와 스페인어 사용 지역의 소프트웨어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와이어드가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의 ‘소프트웨어·컴퓨터 서비스 상공회의소’(CESSI)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1년 4500만달러였던 아르헨티나의 컴퓨터 관련 제품과 서비스 수출액은 지난해 1억달러를 넘어섰다. 이 액수는 2004년엔 다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60억달러에 달하는 아르헨티나 전체 수출액에 비하면 작은 부분이지만 인건비가 싸면서 우수한 인력이 있기 때문에 조만간 이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1월의 페소화 평가절하 조치로 아르헨티나 프로그래머의 임금은 시간당 10∼18달러가 됐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25% 싼 가격으로 인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르헨티나의 IT인력은 외국에서도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VIT4B라는 회사는 시간당 11달러의 저렴한 국내 IT인력을 고용해 미국과 유럽기업에 맞춤 소프트웨어 개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을 위한 해외 소프트웨어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아르헨티나의 게임개발업체들은 일본 닌텐도 등 유수 기업에 게임을 공급중이다.
아르헨티나의 IT기업들은 세계 스페인어 사용 지역을 겨냥하고 있다. 남미지역 국가들은 대부분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고 미국에도 스페인어 사용 인구가 많다. 아르헨티나의 컴퓨터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는 주로 스페인·미국·멕시코·브라질·칠레 등에 수출된다.
한편 세계의 주요 다국적 기업들도 저임금의 고급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속속 아르헨티나에 진출하고 있다.
IBM은 1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에 IT수출기지를 세우고 지난해 80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했다. IBM은 “아르헨티나는 IT서비스 개발을 위한 좋은 조건을 갖췄다”며 “여기서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세계 12개국에서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오라클·모토로라 등도 현지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도 IT산업 발전을 위해 민간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000만달러를 투입, ‘아르젠텍’이란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 예산은 지원금 지급, 교육훈련, 기업 대출 등에 쓰인다. 에두아르도 두알데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세계시장에서의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선 IT산업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의회도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해 세금 감면, 환급 등의 지원안을 담은 새 법안을 논의중이다. 남미 우루과이에선 이미 이와 유사한 IT기업 지원법을 제정해 현재 연 2억달러 상당을 수출할 정도로 성장한 바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정부의 지원은 아직 미흡하다고 기업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불안한 경제사정으로 줄줄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고급 두뇌들을 붙잡는 것도 과제로 지적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사진설명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닫힌 은행 문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계속되는 경제불안 속에서 아르헨티나는 IT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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