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리모컨은 제니스가 지난 1950년 첫 리모컨인 ‘레이지 본’을 선보인 이래 꾸준히 사용돼 왔으나 첨단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여겨져왔다.
이제 리모컨은 조명에서 MP3 파일을 담은 오디오에 이르기까지 집안의 모든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됐다.
필립스전자의 마케팅 이사 산얄 수가타는 “리모컨을 이제 디지털 가정의 ‘계기반(dashboard)’이라 부른다”며 ‘리모컨은 갈수록 가정의 초석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러 마케팅 전문가가 이와 비슷한 말을 해온 것으로 봐 이는 확대해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리모컨이 훌륭한 이웃이 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지난 98년 고급형 리모컨 ‘프론토’를 선보였던 필립스는 지난달부터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i 프론토 TSi6400’을 1700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i프론토는 자바와 리눅스 사용이 가능하고 인텔의 400㎒ ‘X스케일’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내장된다. 리모컨 1개 가격이 1700달러인 것은 보통 리모컨이 무료로 제공되거나 통합 리모컨조차도 20달러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수가타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현재 1000달러 짜리가 1년 지나면 500달러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가전회사와 PC 메이커는 가정내 디지털 오락기를 제어할 중앙서버를 둔다. 중심축은 PC나 TV 셋톱박스가 될 수 있고 아니면 네트워크화된 DVD플레이어 혹은 비디오 게임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가정 전체의 광대역화가 이뤄지지 않아 실현이 요원하다.
필립스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리모컨을 중심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리모컨은 집안 어느 곳으로나 들고 가 가전기기를 켤 수 있다. 이는 가정의 많은 다른 가전기기를 컴퓨터로 연결한다는 구상과도 부합한다.
만약 음악이나 영화가 다른 기기에 분산돼 있을 경우 리모컨은 디스플레이 화면에 간단하게 목록을 보여줘 쉽게 찾도록 해준다. 다시말해 사용자가 TV 가이드 목록을 검색한 뒤 어떤 영화를 클릭하면 이 영화가 어디에 저장돼 있는지 신경 쓸 필요없이 재생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가지고 있지 않은 영화는 리모컨으로 웹을 검색해 내려받을 수도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가을 ‘미디어센터 PC’를 거실의 중심 축으로 출범시켰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e홈 사업부 마케팅 본부장 조디 카듀는 “PC를 중심 축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는 PC가 양방향성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필립스세미컨덕터의 사장 스콧 맥그리거는 “PC는 너무 복잡해 광범위한 가전시장을 파고들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전통적인 리모컨이라면 돈을 쓸 소비자가 없겠지만 리모컨으로 가정의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면 결코 미친 짓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립스는 i프론토 호환 제품의 출시를 위해 광범위한 제품 전략을 짜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와이어리스 브리지’로 i프론토를 이용해 가전기기를 보다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무선 와이파이 신호를 받아 이를 전통적인 적외선 신호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물론 경쟁자도 있다. 유니버설전자 역시 각종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통합리모컨 ‘UEI 네보(UEI Nevo)’를 개발했다. i팩을 개조한 이 리모컨의 가격은 개당 649달러다.
‘슈퍼 리모컨’ 비전에는 아직 많은 장애물이 있다.
마이크로디자인리소시스의 선임 분석가 탐 하프힐은 “리모컨을 떨어뜨려 집안의 조명을 조절할 수 없게 될 경우 어떻게 되느냐”고 반문했다. 필립스는 이 문제도 고려했다. 즉 인터넷으로 기존 리모컨의 설정사항을 새 i프론토로 내려받아 대체 리모컨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또 다른 장애물은 필립스의 전략을 따르지 않는 다른 업체들 때문에 필립스가 i프론토로 모든 가전기기를 제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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