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무선인터넷 표준인 ‘위피(WIPI)’가 불공정 무역 논란에 이어 지적재산권 침해에 휩싸이면서 난관에 빠졌다.
위피는 당초 국내 무선인터넷산업 활성화와 한국 이동통신기술의 세계진출이라는 슬로건 아래 개발된 것이어서 위피의 위상과 국내외 표준으로서의 적합성 등을 놓고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선, 왜 문제삼나=위피는 C언어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자바’ 언어를 응용해 만든 무선인터넷 플랫폼이다. 모바일자바 규격인 J2ME는 MIDP·CLDC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위피는 이 중 CLDC를 참조했다.
모바일 자바 규격은 공개 규격이긴 하지만 상업화할 경우 선이 소유한 라이선스 부문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위피는 자바를 빼면 성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을 정도로 자바 의존적인 플랫폼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선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 등에 위피가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며 수차례 경고했다. 선은 지난달 13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선이 단순히 라이선스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위피를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한국 무선인터넷 시장이 세계 최고의 수준인데다 자바 계열 플랫폼이 국가 표준으로 확정될 경우 세계 무선인터넷 업계에서 자바가 경쟁사 퀄컴의 ‘브루(BREW)’를 따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부의 대응=정통부와 무선인터넷포럼 등 위피 관계자들은 그동안 선측이 라이선스 문제를 수차례 들고 나왔지만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위피를 개발하면서 이해관계자에게 개발과정을 공개하고 의견을 개진하라는 편지를 수차례 보냈으나 답변을 제대로 받은 바 없어 지적재산권 등에 위반되는지에 대해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적재산권 문제는 저작권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제기받은 자가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선측이 지난해 5월 라이선스를 언급하는 순간부터 세밀하게 대비했어야 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개된 규격은 라이선스 문제가 없을 것이란 생각은 순진한 것”이라며 “라이선스 문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됐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 등은 퀄컴 등이 제기한 불공정무역에만 치중, 지재권 침해 여부에 비중을 두지 않은 것도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위피, 어떨게 될까=위피의 모바일자바 라이선스 침해문제는 현재 위피 규격을 만든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측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협상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한국썬 관계자는 “라이선스 비용부담을 줄이고 한국정부와 선측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내용으로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표준화포럼 관계자는 “독자적으로 기술을 구현할 경우 라이선스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선의 모바일자바는 전세계 이동통신사업자의 70% 정도가 사용할 만큼 사실상의 세계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어 호환성을 유지하는 것이 위피를 세계표준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만일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채 위피가 실행될 경우 한국은 미국의 ‘스페셜301조’에 따라 ‘감시대상국’에서 ‘우선 감시대상국’으로 단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이 지적재산권 낙후국으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국내표준인 위피는 특정 업체의 표준을 기반으로한 플랫폼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피 위상 논란일 듯=그러나 라이선스 침해문제가 선과의 협력형태로 풀리는데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처음의 대의명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로열티 액수가 많건 적건간에 미국기업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국내 표준은 모양새가 우습다”며 “또 자바의 경우 이미 몇몇 국내 사업자들이 사용하고 있던 기술인데 새로운 자바 규격을 만들어 표준으로 적용하는 것도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KTF에 무선인터넷플랫폼 ‘브루’를 공급하고 있는 퀄컴의 반발도 예상된다. 퀄컴 관계자는 “무선인터넷플랫폼으로 자바는 되고 브루는 안되는 것”이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함께 지적재산권 문제가 풀린다고 하더라도 위피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퀄컴 등이 USTR에서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화가 불공정무역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고 있어 위피 의무화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위피 의무화 여부에 관해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미국과 계속 협상중”이라고만 밝히고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위피’를 놓고 정부, 업계, USTR 등의 논란이 뜨겁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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