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제조업체들의 300㎜ 설비 투자가 올해 정점에 이룰 전망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독일 인피니온, 미국 마이크론, 일본 엘피다메모리, 대만 파워칩세미컨덕터 등 메이저 D램업체가 300㎜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나머지 D램업체들도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 연내 300㎜ 설비 투자가 불가피하게 됐다.
메이저 D램 제조업체 중 현재 300㎜ 초기설비 투자를 마무리하고 300㎜ 웨이퍼를 이용한 D램을 양산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인피니온뿐이다. 삼성전자는 12인치 MPS라인을 통해 월간 7000장의 300㎜ 웨이퍼를 가공하고 있으며, 오는 6월께 새로 마련된 12라인 페이즈1을 가동해 월간 1만3000장 이상의 생산능력을 추가확보할 계획이다.
300㎜ 투자에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인피니온은 독일 드레스덴 공장에서 월 6000장의 300㎜ 웨이퍼를 가공하고 있다. 인피니온이 대만 UMC와 공동출자 형식으로 설립한 UMCi도 올해 하반기에 월간 4만장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인피니온은 이와 별도로 대만 난야테크놀로지와 제휴, 올해 말까지 대만에 300㎜ 팹을 신설해 월 수천장의 웨이퍼를 가공하고 내년 말께 월 2만매 수준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파워칩세미컨덕터도 지난해 중반부터 신추산업단지에 월 1만5000장을 가공하는 설비를 구축해 시험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연말까지 2만장 수준으로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며, 엘피다메모리는 월 3000장인 히로시마 공장의 가공능력을 연말까지 월 1만5000장 규모로 확충할 예정이다. 세계 2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조만간 5억달러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미국 르하이에 300㎜ 팹을 신설하기로 하는 등 D램업계의 300㎜ 설비투자 경쟁은 한층 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D램업계가 300㎜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최근 2년간 반도체 불황기를 겪으며 선두업체와 중하위권 업체들의 시장점유 격차가 날로 확대돼 300㎜ 생산확대에 나서고 있는 선두권 업체와 보조를 맞추지 못할 경우 경쟁력 저하에 따른 도태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하이닉스반도체가 300㎜ 초기투자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 연내 300㎜ 팹 착공을 목표로 1조원대 설비투자를 강행하기로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D램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300㎜ 투자에 나서자 생산량 폭증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D램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 반도체시장이 호황기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경쟁적인 300㎜ 설비 투자와 미세공정화 작업 가속화에 따른 공급능력 확대로 공급초과 및 가격폭락현상이 재현돼 D램산업이 다시 침체기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너무 앞서 300㎜ 설비를 투자할 경우 과도한 투자비, 저조한 수율, 고가의 운용비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그동안 경쟁업체의 동향만 살펴왔지만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도 300㎜ 투자계획을 잇따라 밝혀 나머지 업체에 자극이 되고 있다”며 “올해 300㎜ 투자를 하지 못한 업체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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