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18일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더블데이터레이트(DDR) 256Mb SD램의 평균거래가격이 3달러선을 하향돌파한 이후 19일 오전장에서는 마이크론의 감원소식과 단기급락에 따른 반발에 힘입어 0.68%가 반등했지만 평균가는 여전히 3달러 미만에 머물렀다.
DDR 256Mb(32M×8 266㎒) SD램의 현물가격은 2.90∼3.20달러(평균가 2.95달러)로 생산원가의 절반 수준으로까지 폭락했다. 현물 판매가격이 제조원가 밑으로 하락하는 시장왜곡현상이 발생한 것은 최근의 일인데다 여전히 현물가에 비해 고정거래가격이 높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만하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되고 고정거래가격마저 폭락할 경우 경쟁력이 취약한 일부 D램 제조업체의 시장도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대다수 D램업체들의 DDR 256Mb 제품의 제조원가는 5달러 중후반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탄탄한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세계 최강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 정도만이 유일하게 4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DDR 256MB 모듈의 가격 하한선을 40달러선으로 잡고 있지만 이미 현물시장에서 모듈 가격은 30달러 수준으로 폭락해 가격 마지노선은 무너진 상태다.
물론 아직 삼성전자의 고정거래가격은 현물대비 매우 높은 상황이지만 3달러 수준의 현물가격이 2분기에도 지속된다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소 1조원 가량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DDR 256Mb SD램의 평균가격이 기준치인 4.82달러에서 3.82달러로 1달러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 감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결국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삼성전자나 19억달러를 보유한 인피니온은 물론이고 6억5000만달러인 마이크론, 2억5000만달러씩 보유한 난야와 윈본드를 비롯해 현금보유액이 3000만달러에 불과한 하이닉스 모두 막대한 손실로 인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정가에도 악영향=아직 브랜드PC업체에 공급할 2월 하순 D램 공급분에 대한 고정거래가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물가 수준의 급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메모리 전자상거래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DR 256Mb의 1월 하순분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5.75달러였으나 2월 상순에는 15%나 내린 4.88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2월 상순 고정거래가 대비 19일 현재 현물가의 가격차이는 1달러90센트 이상으로 가격 괴리율은 35%에 달해 브랜드PC업계의 고정거래가 인하 요구는 거세질 전망이다. 따라서 D램 제조업체들이 고정거래가 협상에서 선방하더라도 2월 하순분 공급가격은 4달러 초중반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현물시장에서의 손해를 고정거래시장에서 만회해오던 대부분의 D램 제조업체들은 2월을 전환점으로 가격보전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을 뿐만 아니라 현물과 고정 두 시장에서 판매량에 비례해 손실폭이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감산은 없지만 감원은 있다=사태가 심각해지자 세계 2위의 D램 생산업체 마이크론이 전체 직원 중 10%의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2000명 가량의 직원을 줄여 비용절감에 따른 생산단가 인하를 유도하고 더 나아가 절감된 비용을 차세대 투자에 사용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감산계획은 없다.
반도체 빅딜 이후 수년째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어온 하이닉스조차도 올해 감원 등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할 계획은 있지만 감산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세계의 모든 D램 제조업체들은 감산이 아닌 비용절감으로 난국을 헤쳐나간다는 전략이다. 수급조절을 목적으로 감산에 나설 경우 시장 선두권 업체와의 격차는 더욱 심화돼 경쟁력을 영원히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감산은 최후의 카드로 아껴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감산이 수급개선효과를 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업계의 감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현 상황이 1분기 이상 지속될 경우 2001년 하반기와 마찬가지로 D램사업을 포기하거나 회사간 통합을 고려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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