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게임통합플랫폼 구축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표준화를 통한 통합 운영환경 개발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게임연구소 소장

 ◇게임산업의 위상

 최근 세계의 중심가치는 네트워크에서 콘텐츠로 이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핵심산업 분야도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그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현재 게임을 포함한 영화·음악·애니메이션·출판 등의 문화콘텐츠는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게임산업은 타 문화산업에 비해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유무선 통신 인프라의 지속적인 팽창과 이를 활용한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등 투자대비 수익률이 타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미래 핵심산업이다.

 하지만 초대형 게임이나 극소수의 게임에 의해 시장이 지배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게임의 제작기간에 비해 상용화 이후 수명주기가 상대적으로 짧아 사업실패의 위험성이 높은 실정이다.

 게임산업과 연관되는 분야는 영화·음악·캐릭터·애니메이션·출판·만화 등과 같이 문화적인 원천을 공유하고 있는 분야는 물론 컴퓨터·전자·통신·기계산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가상현실·물리학 등 최첨단 분야와 기술적 토양을 같이하고 있다.

 ◇게임플랫폼의 중요성

 게임산업에 있어서 게임플랫폼(아케이드, 콘솔, 휴대형 게임기 등) 분야는 한번 주도권을 빼앗기면 다시 찾기 힘든 시장 선점성이 강한 특징이 있다. 미국의 경우 게임플랫폼의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 결과, 대부분의 게임플랫폼 시장을 일본의 소니나 닌텐도에 잠식당했으며 뒤늦게 X박스로 반격을 시작했으나 게임콘텐츠의 열세로 인해 성공여부를 예측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내의 경우 LG의 3DO나 삼성의 PICO, 엑스티바 등 게임플랫폼 사업을 추진한 예가 있으나 게임플랫폼 사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발환경 구축 및 게임콘텐츠 확보를 등한시한 결과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결국 우수한 게임콘텐츠 및 게임플랫폼을 가진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와 같이 독자적인 게임플랫폼이 없는 나라에서 게임시장이 전면적으로 개방될 경우 향후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예측해 본다면 우선 국내 게임콘텐츠 개발사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서드파티)로 선정돼 ‘파이널 판타지’와 같은 대작 게임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게임콘텐츠 개발사의 경우 게임플랫폼을 제공하는 측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으며 게임콘텐츠 및 게임플랫폼의 수출보다 수입 규모가 더 큰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국내 게임시장을 외국의 게임플랫폼 공급사에 내주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비록 온라인 게임분야는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장규모가 가장 큰 아케이드 및 콘솔게임기 분야와 비교해 보면 경쟁력이 절대적으로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형태로든 한국형 게임플랫폼의 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게임산업의 국가적 독립성 및 해외 게임플랫폼과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강점인 유무선 통신 인프라와 온라인게임기술, 게임콘텐츠 제작기술 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게임통합 플랫폼을 개발해 진정한 게임산업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게임플랫폼의 ‘멀티플랫폼’화

 게임플랫폼 차원에서 일반적인 게임의 유형을 살펴보면 오락장에서 오락기에 저장돼 있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업소용게임, 개인용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게임을 사용자가 단독으로 플레이하거나 소규모의 네트워크 플레이가 가능한 PC게임, 다수의 사용자가 통신망을 통해 개인용 컴퓨터를 게임서버에 접속한 후 다른 사용자와 함께 플레이하는 온라인게임, 가정의 텔레비전 혹은 모니터에 게임기를 연결하고 조이스틱과 같은 외부입력장치를 이용해 플레이하는 콘솔게임, 간편하게 주머니에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게임기 또는 PDA 및 휴대폰에 저장된 게임을 플레이하는 휴대형게임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게임플랫폼들이 최근들어 급속하게 ‘멀티플랫폼’화되면서 게임플랫폼 상호간 ‘영역파괴’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콘솔게임기나 PC 등 전통적인 게임플랫폼 외에 TV·휴대폰·PDA·셋톱박스 등이 결합되는 새로운 게임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따라서 아케이드 게임이 PC게임으로, PC게임은 온라인게임으로, 온라인게임은 가정용 콘솔게임으로 이식되는 등 기존 게임의 분류체계가 무의미해지고 있다.

 게임플랫폼의 ‘멀티플랫폼’화 또는 ‘크로스플랫폼’화는 하나의 게임을 다양한 게임플랫폼에서 양방향으로 실행이 가능케 하는 전략이며 기술이다. 예를 들면 오락장게임기, PC게임기, 휴대형게임기(휴대폰·PDA), 콘솔게임기(PS·X박스) 등을 유무선 통신기술 및 소프트웨어 기술로 상호연동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NTT도코모와 닌텐도가 콘솔 휴대형 모바일 게임플랫폼간 상호연동기술을 개발해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는 X박스에 온라인 기능을 탑재한 X박스 라이브를 조만간 서비스할 예정이다.

 국내의 경우 이미 구축된 우수한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데 반해 차세대 유무선 통합 게임 서비스를 위한 대책 및 주관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다. 유무선 네트워크 기반 위에 각종 게임플랫폼을 연동시킴으로써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의 실현이 가능하고 게임의 재사용성 증대로 게임산업의 활성화 및 수익창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국내의 우수한 PC·온라인 게임콘텐츠 제작기술을 상대적으로 낙후한 아케이드 게임업체에 자연스럽게 기술이전을 유도함으로써 게임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게임통합플랫폼 구축 방안

 초창기 게임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70년대 게임시장을 장악했던 알타리사의 오픈 아키텍처 형태를 취하다가 이후에는 소니·닌텐도·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고유한 성능 및 규격을 갖는 자신들만의 게임플랫폼과 개발환경을 갖춘 다음에, 특별히 선정된 개발 파트너에게만 이것을 공급해 게임을 제작케 하고 이를 판매, 수익을 확보하는 클로즈 아키텍처 형태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게임플랫폼의 중요성이 강한 클로즈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네트워크 기능을 강화하거나 다른 게임플랫폼과 상호연동해 서비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들의 게임플랫폼에 네트워크 기능을 탑재한 사실이나, NTT도코모에서 제공하는 플레이스테이션 연계 게임 서비스 등은 이러한 진화의 방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차세대 게임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게임통합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첫째, 상이한 구성과 서비스 형태를 지닌 PC, 아케이드, 휴대형 게임플랫폼의 환경을 네트워크 기반으로 통합해야 한다.

 둘째, 스탠드 어론 성격이 강한 아케이드, 휴대형 게임플랫폼에 네트워크 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

 셋째, 게임 소프트웨어 제작의 효율성을 위해 서로 다른 게임플랫폼간 상호 호환성을 보장하는 개발환경(SDK:Software Development Toolkit)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강점인 유무선 통신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구조를 개발해야 한다.

 즉 게임통합플랫폼은 표준규격과 성능을 충족시키는 하드웨어와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OS, 이러한 조건에서의 게임콘텐츠 개발환경(SDK) 일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게임통합플랫폼은 단순한 하드웨어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OSMU용 게임콘텐츠 개발환경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실질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다시 말하면 PC, 아케이드, 휴대형 게임기 등 게임플랫폼별로 상이한 구성과 서비스 형태를 지닌 현재의 구조를 ‘그림3’과 같이 표준화 작업을 통해 상호연동할 수 있는 통합된 운용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서는 게임통합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개발사업에 착수, 첫 해인 2003년도에는 산·학·연으로 구성된 표준화 전문위원회를 통해 게임통합플랫폼의 기본구조를 설계하고 게임플랫폼간 상호연동에 필요한 응용기술 개발 및 로컬 네트워크 기반의 시범체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2004년도에는 게임통합플랫폼을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으로 확장하고 OSMU용 게임콘텐츠 개발환경을 완성할 계획이며 2005년도에는 상용화 서비스를 위한 각종 상용기술을 개발, 게임제작사에 보급함으로써 게임 생산성 극대화를 통해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고품질의 게임콘텐츠를 양산할 수 있는 성장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개발원은 지난해 12월 게임통합플랫폼 표준화 전문위원회 1차 포럼을 개최,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과, 네트워크 분과, 하드웨어 분과, 게임콘텐츠 분과 등 4개 분과의 구성 및 운영계획을 확정지은 바 있다.

 게임통합플랫폼 개발의 의의는 우선 서로 다른 게임플랫폼 통합을 위해 필요한 요소기술들의 사양(specification), 동합(integration), 운영 및 관리(management)에 대한 표준안을 확보하고 둘째, OSMU의 실현을 위해 게임제작사가 활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 표준, 소프트웨어(API) 표준, 네트워크 표준에 대한 통합 라이브러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셋째,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양방향 플레이 기능을 지원하는 게임통합플랫폼을 구축해 휴대형, 아케이드, PC, 온라인 등 게임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크로스 플랫폼용 게임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게임제작사에 보급해 게임 생산성 향상을 극대화, 차세대 유무선 통합 게임서비스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격상시켜 문화시장 개방에 대비한 국내 게임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시장 진출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이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게임 콘텐츠의 가치와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동시에 게임산업 인력 및 기술부문의 취약점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의 정책 마련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정부 주도의 기술 교류 및 육성정책 마련과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학계·연구소·기업간 선진기술 교류를 통한 선도적인 기술개발이 매우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우종식 소장 약력

 - 고려대 전자공학과 박사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위원

 - 렉솔아이엔씨 대표이사

 -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게임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