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협 커뮤시스 사장은 처음 무인과속 단속카메라 감지기를 차에 달고 고속도로를 나섰을 때 ‘뭔가 찜찜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불법도 불법이거니와 고속주행 중 불쑥 나타나는 카메라 때문에 제품의 실효성에 강한 의구심이 생겼다. 단속카메라 감지기 제작자들의 감언이설에 속았다는 생각에 그는 몹시 분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최 사장은 합법적이면서도 성능좋은 감지기 제작에 직접 나서기로 하고 관련 법률에 대한 검토작업부터 시작했다. 마침 ARS솔루션과 CTI 개발 경험이 있어 기술적인 어려움은 별로 없었다.
지난 93년 ARS솔루션, CTI 개발업체로 설립된 커뮤시스는 창업 10년 만에 이제는 완연한 텔레매틱스 단말기 개발 및 콘텐츠제공업체(CP)로 탈바꿈했다. 창업 10년차라지만 지난해 말에야 처음 벤처확인을 받은, 아직은 새내기 벤처다.
최 사장의 ‘즉흥적’인 사업 발상이 회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1년여의 연구 끝에 나온 제품이 ‘포인트이지(PointEZ)’다. 언뜻 보기에는 불법 과속단속카메라 감지장치와 비슷하지만 차원이 다르다.
무엇보다 운전자에게 위치와 주행속도, 거리를 표시해주는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단속카메라마다 몰래 설치해놓은 발신기 주파수를 잡아 경고신호를 보내는 불법장치와는 달리 GPS 모듈에 고정·이동식 단속카메라 위치, 제한속도 등의 정보를 담고 있는 DB를 접목한 방식이라는 점도 기존 감지기와는 크게 다른 점이다. 물론 이런 교통정보는 커뮤시스가 구축해놓은 DB뿐만 아니라 포인트이지 사용자들의 제보에 크게 의존한다. 사용자들은 간단한 조작만으로 새로 설치된 카메라 위치와 제한속도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커뮤시스 서버의 DB에 올리거나 단말기에 내려받아 사용한다. 사용자들이 한 달 평균 수십건에 이르는 변화된 정보를 커뮤시스 DB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는 말이다. 커뮤시스가 탄탄한 위치정보, 철저한 사후관리를 자랑으로 삼는 것도바로 이 같은 이유다.
사업초기에는 만만찮은 벽에 좌절도 많았다. 경쟁사간 치열한 다툼도 문제였지만 불법감지장치가 아니냐는 오해가 가장 큰 장애였다. 날로 고도화되는 단속과 이에 맞선 불법감지기 제조업체들의 활개가 오해의 불씨였다. 이 때문에 커뮤시스의 제품도 어쩔 수 없이 각종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불법감지 장치와 동류로 취급되곤 했다. 하지만 최 사장을 비롯한 커뮤시스 임직원의 끊임없는 홍보 노력은 지난해 판매대수 1만대 돌파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포인트이지를 보는 시각이 최근 많이 바뀌었다. 정부도 지난 2001년 커뮤시스를 이노비즈업체로 선정해 이들의 기술력에 손을 들어줬다.
최 사장은 커뮤시스의 궁극적인 목표가 결코 단순한 장치 개발에만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도로 위의 수만명이 넘는 ‘정보원’이 수집한 도로 위험요소 정보를 종합한 콘텐츠서비스업체로서 또다른 변신을 꾀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이동통신사와 자동차보험사들로부터 심심찮은 ‘손짓’을 받기도 한다. 스피드광의 천국인 호주 시드니를 중심으로 한 진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커뮤시스 직원들은 누구나 한결같이 자신들이 결코 시속 200km의 짜릿함에 빠져 있는 스피드광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쾌적한 운전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사람일 뿐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오히려 이 때문에 더 완벽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결코 숨기지 않는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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