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 2001년작)’이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될 예정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산교신문은 이의 제작사인 지브리스튜디오의 관계자 말을 인용,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국내외 몇몇 방송국 및 기획사들로부터 이미 ‘프로포즈’를 받아 이를 받아들일지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등 지브리는 향후 TV를 대상으로 하는 신규사업에 나설지에 대해 한창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상영시간 30분 정도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단기간에 다량제작해 TV에 방영하는 것은 영세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어쩔 수 없이 취하는 공통된 ‘수지타산 정책’이다.
하지만 지브리의 경우 조금 달랐다. 쉽게 제작해 도매값에 팔리는 작품보다는 적어도 1년 이상이라는 ‘장고(長考)’의 제작기간을 통해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완성한다는 것이 ‘지브리의 전략’이었다. 애니메이션의 대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완성하는데 1년이 족히 걸렸으며, 아카데미상 후보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러한 지브리의 제작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때문에 ‘TV애니메이션 제작’이라는 이번 지브리의 ‘갑작스런 외도’에 대해 세간의 억측이 무성하다. 경영악화설은 물론 미야자키 감독과의 불화설까지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포스트 미야자키’에 슬슬 대비해야 한다는 것에 가장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의 대를 이어 지브리의 간판이 될 신진 감독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브리=미야자키’라 할 정도로 지브리에 있어서 미야자키 감독의 색깔은 강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서서히 신인들에게 활로를 열어 주어야 할 때로 비교적 비중이 가벼운 TV애니메이션 작품들을 통해 신인들의 ‘천재성’을 발휘해 보게끔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사실 85년에 설립한 지브리의 역사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미야자키 감독이 제작한 ‘마녀의 택배편(魔女の宅急便, 89년작)’이 흥행에 실패한 이후로 여러 차례 해산위기를 맞았다. 그런가 하면 “한 제작사에서 3∼4편 이상의 작품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며 지브리와의 연을 끊으려는 미야자키 감독의 ‘돌출행동’에도 종종 골머리를 앓아왔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지브리는 과감한 조직정비를 시도했으며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대우’로 미야자키 감독을 붙잡아 두었다. 이의 결과로 지브리는 지금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모임에도 불구하고 ‘미야자키’라는 걸출한 대감독 휘하에서는 활동할 만한 여지가 그리 없었던 점이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실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비롯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風の谷のナウシカ, 84년작 )’ ‘도나리노토토로(となりのトトロ, 88년작)’ ‘모노노케히메(もののけ姬, 97년작) 등 지금까지 지브리의 희트작 대부분은 미야자키 감독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최근 몇몇 작품에 신진 감독들을 등용했지만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과연 지브리가 이번 시도를 통해 지금의 명성을 유지하면서 ‘제2의 미야자키’를 키워낼 수 있을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모두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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