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과 침체의 짧은 역사 속에서 손꼽히는 소수의 닷컴회사만이 흑자를 올리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신용을 얻었다. e베이를 비롯한 익스피디어, 야후, 아마존 등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
여기에 한 기업을 추가한다면 우편으로 DVD를 빌려주는 다소 엉뚱한 사업 아이디어로 성공한 캘리포니아주 로스가토스의 넷플릭스를 꼽을 수 있다.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달말 현재 주당 12달러 33센트로 지난해 5월 주식공모(IPO) 가격 15달러를 밑돌아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듯하지만 최근 몇가지 긍정적 징후를 보면 지난해 10월 최저가 5달러 22센트를 기록한 뒤 반등하고 있는 이 회사 주식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첫째, 이 회사는 최근 분기에 아주 고무적인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31일 마감된 분기에 주당 10센트의 적자를 냈지만 이는 전년 동기 적자규모 주당 2달러 65센트에 견주면 대폭 호전된 실적이다.
분석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넷플릭스가 올해는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지난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9%나 증가한 4520만달러에 달했다.
둘째, 블록버스트와 월마트 양사가 무서운 경쟁상대가 될 잠재력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보다 약간 비용이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월마트는 조지아에서 DVD를 배달해주는 관계로 가입자는 3일 이상을 기다려야 주문한 DVD를 받아볼 수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11개 지역에 배송센터를 설치해놓고 있다. 베이지역에서는 주문한 이튿날까지 배달된다. 넷플릭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전 가구의 5%가 넷플릭스 가입자라고 밝혔다.
클리어스톤벤처파트너스의 전무이사인 빌 엘쿠스는 “넷플릭스의 순탄한 운영은 경영진의 공로가 크다”며 “충실한 고객과 한가지 제품에 대한 놀라운 집중력이 블록버스터 등 다른 업체가 가진 비용상의 이점을 충분히 보전할 수 있느냐가 최대 과제”라고 진단했다.
넷플릭스의 경쟁사들이 그렇다고 잠만 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월마트의 온라인부문 신임 사장인 존 플레밍은 자사 DVD 대여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확충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래도 빨간봉투에 DVD를 배달해 주고 반납 지연 수수료가 없는 넷플릭스는 지금까지는 확실하게 기반을 닦았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 해스팅스는 “경쟁사들이 적극적으로 경쟁할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고 선두를 차지하려면 수백만달러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주춤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단기 공매자들이 아직까지 넷플릭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유통 주식의 4분의 1에 달하는 약 330만주가 공개로 매도되고 있으며 이 수가 줄어들고 있으나 주가 향방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부분이다.
또 한가지 악재는 내부자의 매매 금지기간이 최근에 종료됨에 따라 내부자의 주식 매도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레슬리 킬고어는 이미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당 12달러 3센트에 7만주의 주식을 매각했다. 넷플릭스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35만주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런 내부자 거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이런 부정적 요소가 남아있지만 넷플릭스는 호황기에 설립된 수많은 기업과 달리 지켜볼 가치가 있는 기업임에는 틀림없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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