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그래픽카드 속도경쟁

 엔비디아는 6개월마다 강력한 신제품을 내놓아 3차원(3D) 그래픽 칩세트 시장의 정상을 차지하기 위한 적자생존 게임에서 늘 이겨왔다. 지난 95년에서 2000년까지 이 회사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던 업체만 무려 50개사에 이른다.

 엔비디아가 다시 경쟁 압력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ATI가 지난해 11월 그래픽 칩 신제품을 출시해 엔비디아가 수년 동안 누려왔던 영예의 최고속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엔비디아는 경쟁 칩을 지난해 8월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에서야 시판에 들어갔다. 게다가 엔비디아 칩 1쌍이 들어간 마이크로소프트(MS) X박스 게임기 판매가 실망스러울 정도로 저조한데다 칩 공급가격을 둘러싸고 MS와 법적 분쟁에도 휘말린 처지다. 설상가상으로 엔비디아는 AMD가 출시할 예정인 해머 프로세서 계열을 보완하는 칩을 개발했으나 해머 프로세서의 출시일도 계속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칩인 ‘지포스 FX’를 이달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 겸 CEO인 젠순 황은 이 칩이 유연성 있게 설계됐기 때문에 몇 가지 제품으로 응용 개발돼 엔비디아가 주류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급속히 따라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모건스탠리딘위터의 분석가인 마크 에델스톤은 그러나 “지포스 FX가 경쟁사에 피해를 입힐 것 같지 않다”고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더구나 경쟁사인 ATI의 시장점유율이 늘고 있다는 징후도 드러나고 있다. ATI의 사장인 데이브 오톤은 자사가 델컴퓨터의 ‘디멘전’ 제품라인 및 휴렛패커드(HP)의 ‘컴팩 프리자리오’ 데스크톱PC에 탑재할 칩을 판매해 신규 고객을 늘려 왔다고 밝혔다.

 ATI는 엔비디아가 지포스 FX를 출시할 때쯤이면 지난해 가을 출시한 ATI 칩의 저가 버전, 이른바 코드명 ‘R350’의 판매 준비를 거의 끝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오톤은 그래도 “젠순을 존경한다”며 “그는 ATI처럼 한 곳에 머물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치켜세웠다.

 엔비디아는 늘 역경을 겪고 난 뒤 더 강해진 모습으로 보여줬다.

 엔비디아는 실리콘그래픽스 스타일의 3D를 PC에 구현하는 분야를 개척했으나 지난 95년 출시된 최초의 3D 제품은 실패로 끝났다. S3 같은 경쟁사들은 이기기 어려운 상대로 드러났으며 3Dfx 같은 수십 여곳의 신생 경쟁사도 엔비디아보다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황 CEO는 엔지니어들에게 6개월마다 새로운 칩을 출시할 것을 의무화했다. 황 CEO는 하나의 기능을 시간내에 완료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명될 경우 엔지니어들에게 다음 칩이 개발될 때까지 연기하라고 말했다.

 그래픽 칩 제조업체 3Dfx의 전 CEO이며 현재 소닉블루의 CEO인 그렉 밸라드는 “황은 내 평생 만나본 사람 중에서 가장 끈질겼다”며 “그를 시장 밖으로 몰아내려고 갖은 수를 다 해봤지만 결국 그는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회고했다. 엔비디아는 2년 전 3Dfx 자산을 인수했다.

 엔비디아에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ATI의 새 칩의 성능이 기존 제품과 다르다는 점을 보여줄 게임인 id소프트웨어의 둠Ⅲ가 올해말에나 시판될 것이라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지포스의 후속 칩 4개를 준비중이며 지포스 FX가 출시되면 곧바로 이 칩의 파생제품도 시판할 계획이다. 이 계획의 실천 여부는 엔비디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황은 “엔비디아는 똑같은 실수를 두 번 저질러서는 안된다”며 “힘든 시기에 일처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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