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신화를 만드는 사람들]성기석 에스티비 사장

 “불과 2년 전에는 개념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던 똑똑한 전지 ‘스마트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노트북·PDA·휴대폰 등 모바일기기용 배터리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리튬이온전지 및 리튬이온 폴리머전지 등 2차전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모듈용 반도체 원칩 전문업체 에스티비의 성기석 사장(39)은 향후 스마트 2차전지 배터리의 성장성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스마트 칩 전문업체를 경영하다보니 날이 갈수록 영리해지는 것 같다는 성 사장의 이력은 최첨단 기술과 동떨어진 법률전문가.

 성 사장은 지난해 8월 에스티비에 몸을 담기 전 LG전선에서 국제거래·회사 M&A·회사분할·공장매입·해외합작 등의 일을 수행하는 법무팀의 수장이었다. 이후 국내 최대의 홈쇼핑업체인 LG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공정거래법률에 대한 일에서 방송심의·소비자보호·지적재산권·전자상거래 등에 이르는 분야를 담당했다.

 비록 스마트 배터리 핵심칩과는 무관해보이는 이력이지만 법률적 생활습관이 몸에 밴 해외 바이어들과의 거래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국내 대다수 벤처기업과 마찬가지로 에스티비도 설립 초기에는 기술개발에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4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했지만 판매할 걱정이 태산이었죠. 특히 사업을 맡고 나서 고객들에게 제품 설명을 해줘도 제대로 믿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워낙 앞선 기술이라서 고객들이 이해를 제대로 못한 거죠.”

 사업 초기의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성 사장에게는 남보다 더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런 노력이 최근 국내 대형 휴대폰 제조회사 두 곳과 제품상용화를 위한 전략적인 제휴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의 목표는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취임 이후 5개월 가운데 절반 이상을 미국·중국·홍콩 등지의 출장으로 보냈다. 가족들의 불평이 늘어가는 만큼 해외에서 STB-A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 같다는 성 사장은 취임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 홍콩의 쿠아자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 중국과 동남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초기지를 홍콩에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중국 선전에 위치한 반도체 전문회사 테크프리사를 인수해 중국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행동을 개시했다. 성 사장은 하루 신규 이동통신 가입자가 3만명에 이르는 황금시장인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중국에서 연간 1200만개의 스마트 모듈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 그는 세계 최대의 IT행사인 컴덱스에 참가해 에스티비의 기술력을 세계에 자랑했다. 행사 기간에 스프린트사에 ‘STB-A’를 소개하고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성 사장은 “국내 벤처기업 가운데 상당수 기업이 세계적인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해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사멸하는 경우가 많다”며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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