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반도체 장비 일본 수출 활기 띨듯

 그동안 일본 소자업계의 자국산 장비 우선 채택 정책에 막혀 난항을 겪어왔던 반도체 및 평판디스플레이 장비의 일본 수출길이 열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 동안 반도체 관련 산업의 극심한 불황으로 제조원가 절감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면서 일본의 소자 및 액정표시장치(LCD), 인쇄회로기판(PCB) 등 제조업체들이 자국산 장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한국산 장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소자, LCD, PCB 등 관련 산업 발전으로 주요 장비 제조기술이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본의 장비 수요업체들이 한국산 장비에 전향적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가스 스크러버와 칠러 등을 생산하는 유니셈(대표 김경균)은 이달들어 일본을 포함한 외국 3개사의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생산제품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주 열렸던 세미콘코리아2003 전시회에서는 장비 구매를 위해 자사 부스를 방문한 일본 바이어들과 서너건의 공급협상을 추가로 진행하는 등 대일본 수출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유기EL 및 보급형(STN) LCD 인라인 설비를 생산하는 한국디엔에스(대표 임종현)는 지난해 일본소자업체에 일본의 DNS 브랜드로 14억원 규모의 유기EL 제조설비를 공급했으나, 올들어 일본 유기EL 제조업체의 투자증가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매출이 지난해 대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는 유기EL 외에도 반도체용 매엽식 세정설비인 SWP3004와 STN LCD 인라인 설비, 슬러리 공급장치 등의 일본 수요가 지난해 말부터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200억원 이상의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토호테크놀로지·니신이온기기 등 일본업체와 기술 및 장비생산 제휴를 맺은 태화일렉트론(대표 신원호)은 유기EL 등 평판디스플레이 세정장비와 건조장비에 대한 대일 수출협상을 벌이고 있다.

 2년 전 도시바에 반도체검사장비를 첫 수출한 바 있는 실리콘테크(대표 우상엽)는 일본 PCB 제조업체의 한국산 장비에 대한 관심 증대에 힘입어 대일 수출품목을 종전 반도체검사장비, 트랙장비 모듈 등에 이어 PCB 노광장비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국산 장비 채택만을 고집해온 일본 소자업계의 특성 때문에 그동안 대일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최근들어서는 일본 업체들의 성향 변화로 한국산 장비에 관심을 갖는 바이어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보수적인 일본 산업계에서도 원가절감을 목적으로 장비구매선을 다양화하려는 기운이 싹트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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