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스토리](48)스페이스힙합덕(1/3)

‘스페이스 힙합덕’은 기획 단계부터 ‘남다르게 가자!’라는 명제로 출발했다.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철저하게 다르게 새로운 한국애니메이션의 틀을 짜자는 목표였다. 100퍼센트 한국의 기획시스템으로 제작하고 색다른 감각을 과감히 보여 주자는 계획이었다.

 사실 ‘스페이스 힙합덕’은 미국 스타일로 말하자면 ‘심슨가족(The Simpsons)’이나 ‘비버스앤 벗헤드(Beavis and Butt-Head)’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조류의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했다.

 우선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처음으로 편당 11분으로 2개를 이어 방송하는 시트콤 형식을 택했다. 그리고 액션 코믹 게임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도 신선하고 힙합을 좋아하는 여자 오리 주인공도 특이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말은 쉬웠다. 이렇게 개념뿐인 기획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필요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시나리오 작가들의 구성. 처음에는 일본과 미국의 유명 작가들에게 시나리오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여기에도 부족해 일본과 시나리오 계약을 하기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획컨셉트를 공유하고 공동작업을 하기위해 국내 작가와 작업하기로 결정했다.

 첫 출발은 좋았다. 좋은 작가진과 함께 갈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애니메이션 경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잡학다식한 조정희 작가를 필두로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슈퍼마켓이라는 신예 시나리오 그룹, 그리고 아치와 씨팍의 장편을 각색하였던 강상균 작가까지 등장시켰다.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1년을 기름을 짜내듯이 고생한 이들이 방송을 통해 지금 보고 있는 ‘스페이스 힙합덕’의 이야기를 엮은 천재적인 작가들이다. 앞서가는 디자인을 위한 캐릭터나 배경의 개발작업에서의 노력은 실로 가상하다.

 힙합덕과 왕자 아르고는 자립을 외치는 아르바이트 3인조이다. 갑자기 적도가 없어졌다고 적도를 그리고 있고 힘든건 알지만 과감하게 자동차 스피드를 측정하는 더미가 되기도 하는 얘들이 힙합덕 패거리다. 말도 안되는 아르바이트 천지인데다가 항상 공염불만 외치다 끝나는 불쌍한 우리의 친구들,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려고 하는 사고뭉치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개성과 성격이 드러나도록 디자인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의 주인공들의 일을 방해하는 괴상한 성격의 몬스터라고 할 수 있는 버기의 디자인은 더더욱 어려웠다. 낯설지만 친근감이 들 수 있도록 하다보니 선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세계적이지만 한국적인 디자인과 소위 말하는 뉴욕의 버터맛이 나지만 고소한 참기름의 향도 나는 색감. 이러한 결과를 위해 한 캐릭터당 1000장이 넘는 시안들을 그려내고도 수도 없는 수정을 거쳐야 되고, 답이 안나올 때는 몇날 밤을 꼴딱 새 답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늘 생각하고 있는 점이지만 선우의 프리프로덕션팀의 노하우와 일을 대하는 마인드는 상당히 남다르다. ‘스페이스 힙합덕’에 배어 있는 남다른 스토리와 감각은 실은 프리프로덕션팀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남다른 의지의 결정체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선우엔터테인먼트 소현희 PD minyoung@sunw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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