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년이 밝았다. 변화는 새해의 키워드다. 그것은 창조를 잉태하는 지난한 몸짓이다. 안정의 변증법이다. 융합이다. 분산이다. 격동이다. 한마디로 아름다움이다. 올해 IT산업 분야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되는 10대 이슈는 과연 무엇일까.
◇복제 방지 법제화(1회)
“법(法)대로 합시다!”
새해 가장 두드러지는 흐름 가운데 하나가 온라인 불법복제다. 인터넷 파일교환(P2P) 서비스를 단속하면 끝날 것으로 봤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법을 어기거나 또 법망을 피해가면서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법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법이 시대 흐름을 좇아 갖춰져 있었다면 불법복제는 그렇게까지 극성을 부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가 새해에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한층 강력한 무기를 빼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목청만 요란했던 ‘불법복제와의 전쟁’이라는 식의 구두선이 아니다.
각국 정부는 디지털화가 진척되면서 최근 몇년동안 온라인 지적재산권 보호에 힘을 쏟아왔다. 올해 이같은 큰 흐름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by-case) 식의 대응에 대한 반성이 뚜렷하다. 나날이 확산되고 있는 불법복제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법제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P2P의 확산으로 여간한 수준의 단속으로 효과를 보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 P2P는 음반·영상업계에 가공할 만한 위협이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온라인 불법복제로 세계 음반업계가 입은 손해액은 20억달러 정도인데 이는 시장의 7%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영화업계도 인터넷의 광대역화가 진전되면서 음반업계를 넘어서는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음반·영상 업계는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던 ‘P2P 기술의 대명사’ 냅스터를 궤멸(?)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서비스 업체들에는 손도 못대고 있는 형편이다. 개인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 등이 제기됐으나 개인정보의 침해, 혹은 방법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유야무야되고 있다.
하지만 2003년을 맞이한 각국 정부의 결심은 확실히 여느 해와 다르다. 법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확고하게 막아보겠다는 결의가 엿보인다. 각국 정부는 불법복제 방지법을 마련할 경우 음반·영상 등 산업 자체 피해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응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가 산업발전에 필수적이라는 마인드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역시 정보기술(IT) 대국 미국이 가장 신속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어니스트 프리츠 홀링스(사우스캐롤라이나·민주) 상원의원은 불법복제금지법안을 재추진하고 있다. PC나 다른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표준을 제정한다는 내용으로 된 이 법안은 미 영화산업연합회(MPAA) 등 영화업계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어 올해 통과가 유력하다.
빌리 타우진(루이지애나·공화) 하원의원은 미국의 디지털TV 보급을 확대하는 법안을 제안하면서 디지털TV프로그램의 불법복제나 신호절도를 막는 내용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TV 수상기 제조업체들과 장비업체들이 인터넷 전송을 막기 위한 디지털 워터마크를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상원에서도 조지프 바이든(델라웨어·민주) 의원이 디지털 암호를 변경하는 행위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재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지재권 소유자들이 개개인의 컴퓨터에 들어가 온라인상에서 불법적으로 다운로드한 음악·영화·소프트웨어 파일들을 막을 수 있도록 한 법안의 입법화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이 ‘디지털 저작권법’의 시행을 강력하게 밀어붙이치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와 덴마크가 지난해 이 법을 승인했고 영국이 올 상반기 중에 국내법으로 적용해나갈 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저작권법을 올해 안에 개정해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정부 관계자가 “저작권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 경우 기술혁신과 외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어 온라인에서 복제행위 방지 법제화를 통한 복제차단이 연내 강력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한 시민단체와 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지나치게 철저한 법에 의해 학문의 자유와 개인의 정보가 침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구체적으로는 지재권 관련법의 경계가 모호하며 저작권 특허의 타당성도 인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산업의 위축은 소비자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어느 정도 수준의 법제화는 인정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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