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혁명이 여는 새로운 패러다임
정보통신 혁명이 전세계에 휘몰아치고 있다. 유럽·미국·아시아 할 것 없이 지구촌 곳곳에서 정보통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인간의 생활과 사고를 격변의 현장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거대 통신서비스사업자와 장비업체들은 기술과 자국의 국력을 무기로 이미 전세계적인 패권다툼에 돌입했다. 21세기 IT산업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가 우리의 미래와 바로 연결되는 것이다. 21세기 IT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지난 20세기의 정보통신 발달은 보다 빠른 계산 속도와 저장용량, 그리고 뒤이어 등장한 인터넷을 통한 전세계 모든 컴퓨터의 연결로 크게 설명할 수 있다.
이런 발전의 결과 우리가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처리와 함께 다양한 정보에의 접근으로 컴퓨터가 인간생활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이 컴퓨터에 의해 지배당한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컴퓨터에 의존하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에 적응된 컴퓨터 환경을 구성하자는 움직임은 91년 마크 와이저에 의해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제시됐다. 이런 그의 주장은 10년이 지난 지금 정보통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주변환경을 인식하기 위한 각종 센서, 센싱된 정보를 다른 장치에 전달하기 위한 저전력 무선송수신 기능, 개인당 수천개가 넘는 장치간 네트워크 구성과 이런 장치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간의 요구를 이해하는 인공지능, 동적으로 변화하는 컴퓨팅 환경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발전이 요구된다.
이런 기술적인 요구와 더불어 이에 맞는 환경을 구성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컴퓨팅 환경은 개개인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이 무엇을 좋아하는가와 같은 개인정보를 다루게 된다. 이 같은 정보는 수없이 많은 장치가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 해킹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대한 연구는 국내 가전산업에서 이미 관심을 갖고 진행되고 있으며 MIT·카네기멜론대학 같은 곳에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MIT 미디어렙을 모델로 한 ICU의 디지털미디어연구소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소 내에서 생활공간을 직접 구현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인간과 컴퓨터의 관계에서 컴퓨터가 중심에 있고 인간이 주변에 위치한 지금까지의 컴퓨팅 환경에서 인간을 중심에 두고 컴퓨터를 인간의 주위에 있도록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며 앞으로 정보통신 산업의 연구개발에 있어 염두에 둬야 할 방향이다.
◇정보보호서비스가 통용되는 시대
현재 전세계에 폭발적으로 보급된 인터넷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정보 소통이 가능하게 돼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사이버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 실시한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도 각 개표소에서의 개표 결과가 초고속정보통신망을 통해 신속하게 중앙관리소에 집계돼 결과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런 귀중한 정보의 전송이나 저장 중에 불법적으로 통신로에 접근해 그 내용을 도청 또는 변경하려는 시도나 바이러스를 유통해 불특정 다수의 컴퓨터를 손상시키려는 불법해킹의 위협이 상존하며 그 경제적인 피해도 매년 수조원에 달한다.
이런 위협에서 필요성이 인식된 정보보호기술은 종래는 군사·외교 특수한 환경에서만 사용되고 그 필요성이 인식돼왔으나 자신의 정보는 자신이 효과적으로 보호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21세기 정보보호기술에 대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있다.
자신이 사용하는 공개키와 개인정보를 연결하는 인증서를 통해 새로운 사이버서비스에 디지털 서명이나 인증 방식에 널리 보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쌍둥이도 개인 특징정보가 서로 다르다고 하는 지문이나 망막 등을 이용한 생체인식기술의 발전과 저렴화를 통해 오류없이 적법자에게 접근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보보호시스템의 안정성을 엄밀히 증명해 정보보호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며 새로운 해독방식에 대한 대응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보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과거 선택적으로 정보보호기술을 사용하던 것이 9·11과 같은 테러에 대비해 자국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미국 국토방위성의 탄생과 더불어 정보시스템에 어디에서나 경제적이고 보편적인 정보보호서비스가 통용되는 시대(Security Everywhere)가 도래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사용자 개개인은 자신의 정보를 자신의 힘으로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의식변화와 함께 글로벌 기준에 부합되는 정보보호기술의 보급 확대가 예측된다.
◇통신 패러다임
4세대로 구분되는 차세대 이동통신분야는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다. 아직 모두가 동의하는 개념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광범위한 기종의 대역이동성을 지원하는 셀룰러시스템과 실내에서의 고속무선랜, 그리고 불루투스와 같은 근거리 개인무선통신이 결합된 형태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더불어 4세대 이동통신은 현재의 전송속도보다 최소한 10배 이상의 규격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동 중에는 10Mbps, 정지 중에는 100Mbps 이상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지원할 것이다. 이는 현재의 유선 이더넷 랜의 속도와 버금가는 것이다. 이런 기술의 혁신은 직교주파수분할다중방식, 다중안테나 신호처리, 소프트웨어 라디오 등 그동안 이론적으로나 가능하던 기술들의 실용화에 기인한 것이다.
또한 별도의 기반 망 지원없이 사용자 각자가 보유한 통신기기들이 서로 협조해 필요한 망을 즉석에서 형성하는 이동적응망의 사용이 크게 보편화될 것이다. 이동적응망은 통신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필수적이며 또한 익명성이 보장돼 자유로운 통신이 가능하며 공통의 취미를 가진 사용자 사이에 가까운 공간에서 통신할 수 있는 장점들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기존 이동통신에 비해 망구성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수십Mbps급 고속통신이 가능하며 통신이용료가 없다.
이런 장점들을 보유하고 있는 이동적응망은 가정·캠퍼스·회사 안에서는 물론 언제 어디에서나 형성이 가능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21세기의 새로운 통신 패러다임으로 등장할 것이다.
◇시스템기술과 IC기술을 융합하는 SoC기술
IT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시스템기술과 IC기술을 융합하는 시스템온칩( SoC)기술이 있다. SoC는 시스템의 소프트웨어는 메모리에 저장되고 하드웨어는 논리회로로 구현돼 초고집적화된 칩을 말한다.
날이 갈수록 다양한 IT시스템이 하나의 칩 속에 구현되고 있고 그 규모도 점차 방대해져 가고 있으며 점차 하나로 집적되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한 휴대폰의 경우 기능이 다양하면서도 작고 가벼울 수 있는 것도 복잡한 무선통신시스템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가 하나의 칩에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SoC기술은 IT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안병엽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총장 약력
△72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88년 일본 히토쓰바시대 대학원
△96년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장 △98년 정보통신부 차관
△2002년 정보통신부 장관 △현재 제2대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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