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이 예쁜 남자’
“나를 처음 만났을 때 귀거리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할 수 있을까...”
제가 학교 다닐 때 노영심이란 예쁜 여자 작곡가 나타나서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주 소소한 것들을 가지고 만든 가사가 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곤 했는데요, 살면서 그런 남자를 한 번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오늘의 신랑인 방은주 옵바도 이 노래를 들으면 “야∼ 뭐 인생 그렇게 복잡하게 살 필요가 있냐” 고 한마디 충고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은주 옵바를 처음 보았던 것은 96년 (아니면 97년) 사랑의 교회 청년 3부 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같은 성경공부 조로 편성이 되어 처음 얼굴을 익혔던 은주 옵바를 보면서 ‘이름만큼이나 곱상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얼핏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엇보다도 그 성경공부 기간 내내 저를 사로 잡았던 것은 은주 옵바의 두 눈을 덮고 있는 속눈썹이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야 영양 상태가 좋아서인지 모두 눈썹 파마를 해서 말아 올린 것 같은 환상적인 속눈썹을 붙이고 태어나지만, 물질 문명의 혜택과 그리 친했지 못했던 우리네 세대에서는 그렇게 환상적으로 올라간 눈썹을 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유독 사람의 속눈썹에 대해 집착(?)이 강한 저로서는 남자의 속눈썹이 그렇게 예쁜 것은 처음 보았기에, 은주 옵바 몰래 자주 그 눈썹을 훔쳐 보았습니다. (은숙 언니 용서하시구랴∼)
그렇게 엮어진 은주 옵바와의 인연이 오늘에 이르게 될 줄은 속눈썹을 훔쳐보던 그 시절에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처음 은주 옵바를 보았던 그 시절, 저는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책만 파고 들던 시절이었기에 수중에 가진 돈이라고는 달랑 몇 천원으로 근근이 끼니를 연명하던 때였습니다. - 물론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습니다만 -
아직까지도 또렷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성경공부 조원들끼리 식사를 하러 나가면, 은주옵바는 ‘사회적 부의 재평등(?)을 이루어야 한다’며 돈 못 벌고 빌빌거리는 빈대들의 식대비와 교통비를 기꺼이 내주곤 했던 것이었습니다. 은주 옵바의 대학 시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던 때라 사고가 자연스레 몸에 배었던 것이라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러한 기꺼운 배품은 그 당시 저에게 상당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이후에도 은주옵바는 기꺼이 빈대들(?)의 전대(纏帶)가 되어주곤 했습니다.
은주 옵바는 AB형입니다. 누군가는 혈액형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처럼 유치한 일은 없다고 하면서 혈액형 운운하는 것을 유아적 발상으로 비하했지만, 저는 은주 옵바를 보면서 혈액형이 사람을 이리도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기에 혈액형의 도움을 청합니다.
일반적으로 AB형은 우유부단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은주 옵바 그런 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은 한 사람이라도 품기 위해 사람을 배려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또한 생각하기도 합니다. 은주 옵바의 대인관계 기본 틀은 사람을 돌아보고 배려하는 것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소외되고 처져 있는 지체를 보면 손 내밀기를 주저하지 않고 챙겨 주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한 사람에게도 상처주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는 옵바의 섬세함이 드러납니다.
가방 가득 신문을 넣어 갖고 다니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뛰어난 독서열을 보여준 은주 옵바는 내일을 위해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기에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중요한 구절을 보면 그 자리에서 북북 찢어 집에 가서 다시 재입력을 하면서 지식의 자기화 과정에도 열심입니다.항상 Simple Life한 삶을 지향했던 은주 옵바. 이쁜 은숙언니 만나 복잡한 감정 소모전 벌이지 않고 단순하고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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