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DC·전자신문 제휴-IT마켓뷰]세계 반도체 시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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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겸/IDC 월드와이드 세미컨덕터 리서치그룹 수석연구원

 ◇아시아시장의 급속한 성장

 반도체 산업에 있어 지난 2001년과 올해는 ‘지각 변동의 해’였다. 반도체 업체들은 사상 최악의 매출감소를 겪는 속에서도 새로운 시장구조 변화와 향후 수년 안에 다가올 시장통합을 견뎌내야 했다. 전체적으로 반도체 시장은 2000년 2000억달러를 정점으로 급속히 무너져 95년 수준으로 돌아갔으며 6년간 성장의 경험은 무용지물이 됐다. 과거 유지되던 지역간 시장규모 비중이 사라졌으며 아시아·태평양이 미국을 초월해 2001년에는 세계 시장의 29%를 차지함으로써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시장으로 올라섰다. IDC는 아·태시장이 올해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장을 이룩한 지역이 될 것이며 내년은 37% 성장을 넘어 지속적으로 규모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일본 시장은 88년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한 이후 계속 축소돼 왔으며 올해는 정점의 절반에 불과한 21%를 차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이는 일본이 밑모를 불황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많은 업체들이 전자장비 생산시설을 아시아지역, 특히 현재는 중국으로 옮겨 외주(아웃소싱)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본의 반도체 시장 위축은 결국 90년대에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해왔다. IDC는 아시아 시장이 외주생산 체제로 인해 앞으로도 두자릿수의 성장을 이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회복, 2007년까지 2500억달러 시장으로 성장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D램 분야의 38% 성장에 힘입어 전체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작년 대비 1.5% 정도 축소된 1370억달러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올해 말 이후 서서히 회복돼 내년 하반기부터는 성장 가속단계로 접어들어 내년 전체적으로는 9% 성장을 이룩할 것으로 예상된다. D램과 플래시 시장은 다소 높은 15∼20% 성장을, 기타 마이크로프로세서(MPU), 스탠더드셀(Standard Cell), ASIC,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DSP) 등은 비교적 낮은 10% 안팎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오는 2004년까지 두자리 성장으로 돌아갈 것이며 2007년까지는 연평균 12%(CAGR 2002∼2007년) 성장해 2460억달러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D램 시장은 수요부진에도 불구하고 공급차질로 인해 가격이 안정되면서 올해 155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2003년에는 PC와 PDA 등을 중심으로 한 수요회복 속에 투자부족으로 인한 공급증가가 완만해 13%대의 평이한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그동안 미뤄둔 300㎜ 시설 투자가 시장호조로 내년에 대부분 이루어 질 것을 예상돼 본격적으로 가동(생산 램프 기준)이 예상되는 2004년부터는 다시 공급과잉 상태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많은 업체들이 합병되거나 시장에서 철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조정이 D램 시장에서 마지막 구조 조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IDC는 MPU시장을 향후 D램 시장의 모델로 보고 있다. 오는 2005년 하반기부터는 공급과잉 요소가 사라지고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D램 시장은 평균 17%(CAGR) 성장, 2007년까지 33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플래시 시장은 금년에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전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NOR 시장이 휴대폰 판매 부진으로 작년 대비 16%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USB드라이브의 성공적 도입과 디지털 가전의 예상밖 호조로 NAND 분야에서만 작년대비 2배 반이 넘는 금액의 성장이 이루어져 플래시 시장 전체적으로는 지난해와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도시바의 생산정비로 인한 일시 후퇴를 최대한 이용해 NAND 시장점유율을 6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NOR 시장은 휴대폰 시장의 회복 속에 인텔·AMD·후지쯔·샤프 등의 공격적 경영으로 공급증가와 가격경쟁 등을 통한 두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NAND 역시 세계경기 회복과 CCD 및 디지털 카메라 부문에서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도시바의 회복에 의한 공급 증가로 올해같은 초호황은 예상할 수 없다.

 플래시 시장 전체적으로 볼 때 2003년은 15% 안팎의 성장에 86억달러 시장이 예상된다. 향후 NOR 시장의 판도 변화는 3세대(3G) 휴대폰 도입에 따른 부품 장기공급 관계를 맺기 위한 합종연횡에 의해 부품업체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컴퓨터와 통신용 반도체가 향후 시장을 견인

 수요 견인 요인 측면에서 볼 때 PC와 휴대폰용 반도체 시장이 전체 소비의 50%에 육박함으로써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향후 PC시장 회복과 3G 휴대폰 보급 확대로 이 시장의 중심이 된 컴퓨터와 통신용 반도체 시장은 반도체 전체 시장에서 올해 64%, 오는 2007년에는 비중이 67%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네트워킹 시장은 인터넷의 급성장으로 인해 96년부터 2000년 사이에 크게 성장했다. 지난해 이래 과잉재고는 거의 소진됐으나 수요부진으로 네트워킹용 반도체 시장 회복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더욱이 네트워킹 산업내 과잉경쟁으로 업체간 통합이 예상된다.

 

 ◇미국 주도 생산구조 속에 뒤처져가는 일본 업체들

 PC와 통신같이 성장을 주도했던 응용기기 분야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아시아의 생산자가 부품을 공급하는 협업체제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과거 MPU 시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의 생산업체는 합병 압력을 받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주요 시장을 포기해야 할 입장에 놓였다.

 이들은 D램 시장에서 사실상 패배했으며 대부분의 PC관련 시장도 인텔·AMD·삼성·마이크론·엔비디아 등에 넘어갔다. 다만 휴대폰 반도체 시장에서 NEC·도시바·미쓰비시·후지쯔 등이 ASIC과 플래시 제품을 생산하면서 그럭저럭 버텨나갈 따름이다. 그러나 일본과 아시아 등지에서 차세대 휴대폰 플랫폼들인 GPRS·cdma 1x·WCDMA로 수요가 이전되기 시작하자 일본 업체들은 다시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아기어시스템스·퀄컴·인텔 등 서방 업체로부터 강한 공격을 받아 고전하고 있다.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결코 성공적이지 못했다. ASIC분야에서 LSI로직·아기어시스템스·IBM들이 점령하고 있고 ASSP 분야에서도 브로드컴·PMC시에라·AMCC·마벨·리얼텍 등 미국과 아시아 팹리스(Fabless) 회사들이 점령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 가전분야는 아직 일본이 굳건히 지키고 있다. 가전과 부품의 결합인 소니와 도시바간 협력은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IBM이 차세대 MPU 개발을 위해 이 부문에 참여키로 함에 따라 가전용 반도체 분야도 더 이상 일본의 아성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유럽의 개발(IP)/판매(global marketing), 아시아의 생산(foundry)’이라는 서구 주도의 분업체계가 보편화돼 가고 있다. 기존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을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로 삼던 일본은 기술개발에도 불구하고 세트업체로부터 설계획득(design win)에 계속 실패,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검토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시장회복 속에서 한국형 사업모델을 찾아야

 현재의 아시아적 생산구조는 분명 파운드리(foundry)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파운드리의 속성상 고정비 투자가 많기 때문에 가동률을 높이지 않으면 안되지만 아시아 업체들은 원천 기술로부터 소원해져 있기 때문에 응용기기 시장의 급변에 따른 충격을 고스란히 안게 된다. 대만의 TSMC나 UMC의 가동률이 지금의 불황에서 15%까지 떨어졌으며 아직도 적정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고정비 부담이 많은 아시아의 파운드리 업체는 당연히 불리해 질 수밖에 없고 미국에 있는 IP 중심의 개발사는 훨씬 운신의 폭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미국 주도의 생산구조 속에 일본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어떤 사업모형을 가져야 할지 큰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이 IDM 모형을 포기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미국 중심의 구조속에 편입됨을 의미하며 기술자립이 어렵고 또 그 생산능력에 있어서 대만이나 중국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와 다름없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 속에 기술자립과 스스로 시장창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우리도 미국이 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