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몇 주전, 인천공항에 갈 일이 있어 공항행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버스의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앞을 보니, 운전석 위에 달린 TV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나는 흔히 있는 비디오 상영인 줄 알고, 무심히 지나쳤는데 일행 중 한 사람이 ‘어, 저거 비디오가 아니네’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개를 들고 보니, 그건 위성방송이었다.
너무나 선명한 화질에 작은 방송장애도 없이 깨끗한 음질로 영화가 방송되고 있었다. 함께 한 일행들은 공항까지 새로운 방송 서비스를 즐기며 갔다.
이동하면서도 방송을 본다는 것이 그리 낯선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몇몇 차량들은 지상파 방송을 움직이는 차안에서 시청했다. 그러나 이는 집안에 있는 TV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보는 것과 동일한 개념으로 안테나의 방향이 맞지 않을 때에는 심각한 방송장애가 있어 시청이 불가능한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성방송, 그것도 디지털위성방송을 이동하는 차안에서 시청한다는 것은 지상파 시청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위성은 하늘에서 방송전파가 지상으로 쏟아지기 때문에 전파가 도달하지 않는 곳이 없다. 도달된 전파를 최적의 각도로 받을 수만 있다면, 고정된 건물 안에서 시청하는 것과 동일한 품질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차량이동에 따라 스스로 위성의 각도를 맞춰가는 액티브 안테나와 차량용 셋톱박스를 설치하면 손쉽게 방송을 볼 수가 있다.
또한 디지털방송이기 때문에 아날로그방송에서 보는 것과 같이 화면에서 비가 오거나 지지직거리는 불량음질을 참고 듣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은 0 과 1의 조합이다. 정확히 나오거나 아니면 말거나. 그렇다고 방송이 오래 끊기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그러나 디지털기술은 문제복구 시간도 짧다. 단 3초.
이러한 위성방송 기술의 우수성은 이제 포터블 서비스도 가능하게 한다. 한 때 야외로 나가는 젊은이들의 어깨에 ‘더블 데크’라고 하는 휴대형 녹음기가 얹혀져 있었다. 젊은이들은 더블데크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젊음을 만끽하였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어깨에는 위성방송 포터블 서비스 키트가 얹혀질 것이다.
방송은 움직이는 것이다. 더 이상 고정형 정보매체가 아니라 이용자와 함께 어디든지 따라 움직이는 이동형 정보 매체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 방송기술 덕분이다.
시장 또한 기술발전에 따라 세분화되고 있다. 고정형 시장과 이동형 시장. 방송기술의 발달과 함께 세분화되어 가는 시장은 각 사업자의 마케팅 전략을 변화시키고 있다. 고정형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케이블은 고정형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이동형 서비스가 가능한 위성방송의 경우 고정형 서비스만이 아니라 이동형 서비스에 대한 시장확보와 서비스 향상에 주력해야할 것이다.
21세기 방송은 변화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사업자를 중심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기존 방송시장 내에서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업자가 따라올 수 없는 시장을 개척하여 선점해 가는 것 또한 중요한 경영전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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