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라디오에다 워키토키, 차고문 자동개폐 및 TV 리모컨으로도 쓸 수 있는 만능 휴대폰이라면 지나친 상상처럼 들릴지 모른다. 더구나 통화할 때마다 이미 사용중인 다른 휴대폰과 주파수 확보경쟁을 하지 않고 다른 휴대폰 통화의 질을 높여준다면 더더욱 믿기지 않을 듯싶다.
이같은 만능 휴대폰이 나오려면 앞으로 몇년 더 기다려야 하지만 혁신적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미 정부도 무선주파수를 공개하는 정책전환을 검토하고 있어 만능 휴대폰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이동통신망 기술회사인 SIGFX의 공동창업자 댈러스 내시는 “무선 네트워크 문제라면 지금이 매우 의미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SIGFX는 TV방송국이 사용중인 주파수 대역 중 사용이 적은 부분을 통해 휴대폰 신호를 전달하는 기술 보유업체다. 이 기술은 이동전화 비용인하와 이동통신망 범위를 확대시켜 특히 지방과 개발도상국의 이동통신망 보급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선 엔지니어인 바누 보스는 휴대폰 화면의 아이콘 클릭만으로 차고문을 개폐할 수 있는 신세대 무전기를 개발중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무전기 회로를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재학시절 군예산의 지원을 받은 한 통신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98년 MIT 졸업 후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바누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이 회사는 휴대폰 신호를 100% 소프트웨어에 의해 이동통신망으로 중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보스는 바누가 표준이 상이한 이동통신망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워키토키 겸 아동추적장치 겸 FM라디오로 쓸 수 있는 PDA 시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통신연구원들은 통신잡음이 없는 미사용 주파수를 즉각 찾아주는 ‘스마트’ 무전 수신기 기술도 꾸준히 개선해 왔다. 휴대폰 통신망이나 무선전화기들은 이 기술을 이미 사용중이다.
주파수 공개론자들은 주파수를 공개하면 통신기기 업체들은 자사 통신기기로 주파수를 사용할 때 같은 주파수를 사용중인 다른 통신기기에 잡음을 일으키지 않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주파수 개방(open spectrum) 운동’을 이끌고 있는 로터스디벨로프먼트의 전 최고과학자 데이비드 P 리드는 이에 대해 “만약 모든 통신기기가 송신과 수신을 동시에 할 수 있다면 그런 기기가 많아질수록 네트워크 용량은 커질 것”이라며 “이는 10년이나 20년 후 인터넷만큼 대단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텔도 무선통신칩 수요증대를 위해 소프트웨어 기반 무선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고등방위연구프로젝트청(DARPA)은 주파수 사용시간과 공간을 동적으로 감지해 주파수 사용을 늘리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계열사 벨연구소도 최근 이동통신망 간섭을 통해 데이터 전송률을 제고하는 이른바 ‘블래스트(BLAST)’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공중파 관리방식도 이같은 신기술 개발에 따라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주파수는 20년대 이후 줄곧 부동산 같은 취급을 받아왔다. 정부는 통신회사에 주파수 사용권을 국유지처럼 빌려준 뒤 주파수 사용방식을 강력 규제해 왔다. 현재 주파수는 대부분 군용으로 묶여있고 미허가 주파수도 이동전화기와 와이파이(WiFi) 네트워크처럼 실험적이거나 혁신적인 기술용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나 미 통신당국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수백억달러에 낙찰받은 주파수를 자유롭게 사용하길 원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FCC 위원장 마이클 파월이 임명한 주파수 통제정책연구팀은 최근 내년에 착수될 주파수 정책검토에 따른 기본 계획안을 마련했다. 이 연구팀은 특정 시간대 미사용 주파수 대역의 부분임대 허용조치 등 이동통신사의 주파수 사용 융통성을 제고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연구팀은 아울러 기존 휴대폰 통신이나 공중파 방송을 간섭하지 않는 한 정부의 규제를 받는 미허가된 주파수를 개방해 새로운 통신기기들이 이 주파수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주파수 사용의 자유를 늘린 주파수 공개개념 도입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FCC의 주파수 사용 융통성 제고방안 검토는 주파수 사용권을 낙찰받은 통신회사간 다툼을 초래할 공산도 적지 않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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